▲ 세르게이 브린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인공지능(AI) 개발 및 제품화 사업의 지휘봉을 다시 쥡니다.
그간 AI 개발을 이끈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전 최고경영자(CEO)는 장기 연구 총괄을 맡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구글이 제미나이의 수익화에 박차를 가하고 경쟁사들과 격차 축소를 위해 자사 AI 리더십에 근본적 재편을 단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구 중시 성향이 강했던 허사비스에서 상품화·사업화를 강조하는 브린으로 구글 AI 사업의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해석입니다.
신문에 따르면 허사비스는 최근 자신이 창업한 AI 연구개발 기업인 딥마인드의 실제 경영권을 코라이 카북추올루 수석부사장(SVP)에게 넘겨주고 딥마인드 의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동시에 허사비스는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최고과학자(Chief Scientist)로 선임돼 AI 장기 연구전략을 이끕니다.
연구·개발(R&D) 현안과 상품화 관련 지휘권은 브린에게 넘어갔습니다.
래리 페이지와 함께 구글을 공동 창업한 브린은 2011년 회사의 첫 AI 연구 조직인 구글 브레인의 출범을 지원하고 2014년 영국 런던의 AI 스타트업이던 딥마인드의 인수를 성사시키는 등 구글의 AI 개발 초창기를 책임졌던 리더입니다.
브린은 2023년 허사비스 당시 딥마인드 CEO가 구글의 AI R&D 수장을 맡으며 실무 일선에서 거리를 뒀지만, 최근 구글이 오픈AI와 앤트로픽 등과의 AI 경쟁에서 밀린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차기 AI 수장 후보로 급부상했습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허사비스 주도 아래 고성능 AI 모델 '제미나이 3' 개발에 성공해 주목받았지만, 이후 AI 업계의 주 매출원으로 떠오른 기업용 AI 서비스와 코딩 에이전트(도우미) 영역에선 별다른 실적이 없어 경영진과 이사회에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컸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허사비스는 정작 이런 사업 현안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모습을 보여 구글 고위직들의 반발이 작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컨대 허사비스는 딥마인드가 개발한 단백질 예측 AI인 '알파폴드'를 과학계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무료 개방했는데, 이 결정을 두고 구글 내부에선 '막대한 R&D 투자에도 수익은 사실상 없었다'는 성토가 잇따랐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브린의 사내 존재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실무에선 손을 뗐지만, 알파벳 이사회 이사로서 계속 AI 개발에 대한 주요 결정에 관여해왔던 만큼 당장 '구원 투수'로 등판할 준비가 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브린에게 이번 등판은 쉽지 않은 길이 될 전망입니다.
회사의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익화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시장의 우려를 당장 해결하고, AI 인재들이 잇달아 유출되는 악재에도 대응해야 합니다.
애초 이번 리더십 재편도 구글 내 '전설적 연구자'로 꼽혔던 제프 딘 최고과학자가 구글을 퇴사하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딘의 퇴사가 전해지자 알파벳 주가는 약 5% 하락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태가 런던이 근거지인 딥마인드의 학술 중심 성향이 실리콘밸리 본사의 사업 노선과 충돌하며 빚어진 결과로도 해석된다고 짚었습니다.
딥마인드의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리더십 개편 소식에 회사 분위기는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허사비스가 AI 수장으로서 지금껏 보호해 준 사내 연구 문화가 일거에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직원 여럿은 이미 이직 준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집니다.
허사비스는 구글 현업에서 물러나 미래 AI인 '범용인공지능(AGI)'의 방향 논의와 같은 학술적 업무를 주로 맡을 예정입니다.
허사비스는 알파폴드 개발을 통해 단백질 구조 연구를 진전시킨 공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그는 알파폴드 기술을 활용하는 신약 기업인 '아이소모픽랩스'의 대표직도 계속 맡습니다.
허사비스의 한 지인은 "이번 개편은 데미스에게 매우 좋은 결과로 보이며, 본인도 안도하고 기뻐하는 것으로 안다"며 "구글 AI 수장 재직 때 미국이 아닌 런던에서 일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며 큰 영향력을 쌓았고, 이젠 자신이 열정을 가진 아이소모픽랩스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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