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최초로 AI가 설계한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신종 바이러스를 16종 만들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신종 바이러스들은 실제로 번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스탠퍼드대와 아크 연구소 등에 소속된 과학자들은 현지시간 6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유전체 언어 모델을 이용한 박테리오파지의 생성적 설계'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ΦX174'(파이엑스174)라는 박테리오파지를 골라서 AI 모델이 설계할 유전체의 기본 틀로 삼았습니다.
'박테리오파지'란 세균을 감염시켜서 숙주로 삼아 번식하는 바이러스를 가리키는 말로, 줄여서 흔히 '파지'라고 부릅니다.
AI 모델로는 유전체 언어모델 '이보(Evo) 1·2'가 사용됐습니다.
이 모델은 수백만 건의 자연 유전체들을 학습하고 추가로 ΦX174와 이에 가까운 다른 파지들의 유전체 자료를 추가로 학습한 후, 번식할 수 있는 신종 파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을 생성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들 중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 약 300건을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실험실에서 시험했습니다.
그 결과 이 가운데 16종의 파지가 실제로 번식할 수 있고 이들의 유전 정보가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존 파지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논문 교신저자인 브라이언 히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AI에 의한 유전체 생성 방식으로 본격적인 생물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아마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구진이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는 데에 틀림없이 관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대 맨체스터생명기술연구소장인 패트릭 차이 교수는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정표"라며 "유전체 언어 모델들이 진화에 새겨진 설계 원리들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AI를 활용해 유전체를 설계하는 길이 열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앞으로 이런 기술이 제약 없이 더 발달하고 악용되면 치명적 독성이나 대량살상 능력을 가진 생물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 소속 연구원 토머스 잉글스비 박사와 모리츠 행키 박사는 해당 논문에 대한 논평에서 이번 연구가 "시급한 생물안전과 생물보안 문제를 제기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행키 박사는 앞으로는 "유전체 언어모델, 전파력이 더 강하거나 더 치명적이 되도록 조작된 독감 유전체를 만들어줘"라고 지시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취재: 정다은, 영상편집: 김민지, 디자인: 양혜민, 제작: 디지털뉴스부)
[자막뉴스] "더 치명적인 독감 만들어줘" 말하면 끝?…AI가 신종 바이러스도 만들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