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주요 증권사와 은행이 담합한 혐의를 포착해 곧 심의에 넘깁니다.
짬짜미한 입찰 규모가 76조 원에 달하는 만큼 과징금이 15조 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공정위 사무처는 국고채 입찰 담합 사건과 관련한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2월 28일 공정위에 제출하고, 15개 국고채 전문딜러(PD) 사업자에게 같은 해 3월 10일 송부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과 제재 의견을 담은 문서로, 최종 판단을 구속하지 않습니다.
향후 전원회의나 소회의 심의를 거쳐 사건과 관련한 최종 판단이 이뤄집니다.
심사보고서를 받은 증권사는 교보, 대신, 메리츠, 미래에셋, 삼성, 신한, 엔에이치투자, 케이비, 한국투자, 키움 등 10곳이고, 은행은 국민, 농협, 기업, 하나, 산업 등 5곳입니다.
국고채는 재정경제부가 국가재정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며, 대부분 경쟁 입찰 방식으로 발행됩니다.
국고채 PD는 국고채 발행 시장에서 인수 등에 관한 우선적 권리를 부여받는 대신 유통시장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시장 조성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PD는 18개사, 예비 국고채 전문딜러(PPD)는 5개사로 집계됐습니다.
입찰 담합 사건과 연루된 15개 국고채 PD사는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약 3년 6개월간 국고채 입찰에 참여하면서 입찰 담합 행위, 정보 교환 담합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PD사들이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 금리와 가격, 물량 등 정보를 사전에 공유한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행위로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형성해 정부의 국채 조달 비용 부담을 키웠다는 취지입니다.
심사관은 이들의 위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과 '정보교환 담합'을 위반하는 '매우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고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담합에 영향을 받은 입찰 규모는 약 76조 2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최대 과징금 부과율 20%를 적용하면 15조 원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셈입니다.
담합 사건으론 기존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종전 최대 과징금은 전분·전분당 짬짜미를 벌인 4개 업체가 받은 7천476억 원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치 수준은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국고채 시장 상황과 파급효과, 피심인들의 재무 상태도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공정위는 재경부와도 조사 초기부터 의견 교환과 협조를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경부는 입찰 담합 방지 필요성에 관해 공정위와 의견을 같이한다"면서도 "국채 시장에서 PD 제도의 중요성, 공정위 제재의 시장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건은 정보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PD사들은 경쟁입찰 과정에서 금리와 가격, 물량 등 정보를 공유한 것은 통상적인 시장 동향 파악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심인(PD사)들 간에 관행적 소통으로 볼 수 없는 투찰 금리에 대한 구체적이고 빈번한 합의, 담합과 정보 교환이 이뤄졌다는 게 심사관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과징금 산정 기준도 쟁점으로 꼽힙니다.
공정위 심사관이 산정한 관련 매출액은 낙찰 금액입니다.
법령상 입찰 담합은 계약 금액, 구매 담합은 구매액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데 따른 것입니다.
반면 PD사들은 낙찰 금액이 매출액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만큼 영업수익 중심으로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심사보고서 분량은 1만 2천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상 피심인의 의견 제출 기한은 심사보고서 송부 후 8주지만 이번엔 연장 요청을 포함해 6개월이 소요됐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도 심의 일정을 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공정위는 전원회의 일정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달 중으로 전원회의가 열려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5월 간담회에서 국고채 등 담합 사건과 관련해 "가급적 3분기 중에 심의가 이뤄질 수 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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