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어린이집 입소 상담 중 원장실에서 나와 혼자 돌아다니던 아이가 조리실 냄비에 빠져 다친 사건에서 어린이집 원장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린이집 원장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사건은 2023년 5월 A 씨가 운영하던 충남 어린이집에 B군의 어머니가 한 살배기 B군을 데리고 방문해 입소를 위한 상담을 받던 중 발생했습니다.
B군이 계속해서 원장실에서 나가려고 시도하자 A 원장은 B군의 어머니에게 "어린이집은 안전하고 밖에 선생님들도 있으니 아이가 어린이집을 자유롭게 탐색하도록 두셔라"고 말한 뒤 B군을 원장실에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이후 거실에서 수업 중인 보육교사들에게 '아이 좀 봐달라'고 말한 뒤 어머니와 상담을 위해 원장실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집 내부를 홀로 탐색하며 돌아다니던 B군은 문이 잠기지 않은 조리실에 들어가 바닥에 놓여있던 뜨거운 육개장이 담겨있는 냄비 부근에서 넘어졌고, 몸 전체가 냄비에 빠져 화상을 입었습니다.
검찰은 A 씨를 냄비 뚜껑을 열어둔 채 조리실 바닥에 둔 조리사, 조리실에서 볼일을 보고 문을 잠그지 않은 보육교사와 함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A 씨에게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영유아의 위험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B군을 돌봐줄 보육교사를 따로 지정하지 않은 채 불특정 보육교사들에게 아이를 맡겨뒀다는 것입니다.
1심은 A 씨 등 3명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으나 2심은 무죄로 뒤집었습니다.
어린이집 입소 절차를 마치지 않은 아동에 대해서까지 보육교사를 미리 지정·배치할 업무상 주의의무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2심 판단이었습니다.
또 직접적 사고 원인은 조리사와 보육교사에게 있는 만큼 A 원장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과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영유아보육법 취지를 볼 때 "구체적으로 어떤 영유아가 어린이집의 보호 대상이 되는지는 어린이집이 그 영유아에 대한 보호 의무를 실질적으로 인수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이번 사건도 "사고 당시 피해 아동이 입소한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피고인이 입소를 위해 방문한 피해 아동을 보호자에게서 인계받아 적어도 어린이집의 보육영역 안에서 보호 의무를 적극적·실질적으로 인수했다"며 "피해 아동은 어린이집의 보호 대상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영유아의 생명·안전보호 및 위험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의 범위는 "영유아의 나이와 발육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라고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A 씨가 한 살배기 아동을 어린이집 거실로 내보낼 때 특정 보육교사를 지정·배치하는 등 보호·관찰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되는 이상, 조리사와 보육교사의 업무상 과실이 경합했다고 해서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유죄 취지로 A 씨 사건을 원심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A 씨와 함께 기소된 조리사와 보육교사는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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