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 자르는 김씨
"예전 같으면 냉동고 앞 천장까지 얼음이 꽉 차서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야 했는데, 지금은 보시다시피 텅 비었잖아요."
폭염특보가 열흘 넘게 이어진 지난 3일 인천시 미추홀구 석바위시장 내 얼음집.
10평짜리 가게 앞에는 얼음 배달용 손수레와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고, 내부에는 얼음을 자르는 기계와 영하 11도로 유지되는 3평 남짓한 냉동고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냉동고 안에는 흰색 마대에 담긴 25㎏짜리 조각 얼음과 초록·주황색 비닐봉지에 포장된 17㎏ 얼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한여름이라면 얼음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어야 할 내부 공간에서는 군데군데 빈자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19년째 이곳에서 시장 상인 등에게 얼음을 판매하는 김 모(58) 씨는 냉동고 문을 열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하얀 냉기에도 금세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김 씨는 두부 가게가 콩국물 신선도 유지를 위해 주문한 25㎏ 조각 얼음과 인근 수산물 가게가 요청한 125㎏의 얼음을 잇달아 배달했으나, 좀처럼 웃지 못했습니다.
시장 상인들을 비롯해 얼음이 필요한 업체 대부분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직접 공장에서 얼음을 사들이고, 카페들이 제빙기를 사용하면서 동네 얼음집을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얼음을 주문한 수산물 가게도 평소 거래처가 아니라 급히 얼음이 필요해 김 씨의 얼음집을 부랴부랴 찾은 경우였습니다.
김 씨는 "폭염이면 대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옛날얘기"라며 "주요 거래처가 예년보다 80% 이상 줄었고, 공장에서 시장 상인들한테 직접 납품까지 하면서 우리는 가격 경쟁력이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몇 달 열심히 일하면 가족들과 먹고 살 정도는 됐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어려운 형편"이라며 "우리 같은 영세 얼음집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얼음집의 시름은 비단 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천에서 얼음을 판매하는 점포의 정확한 수는 집계되지 않지만,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소매 얼음 판매점은 30여 곳입니다.
얼음집 상인들은 "과거 1990∼2000년대 전성기와 비교하면 현재는 최소 절반 가까이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부평구에서 30년 가까이 얼음을 판매하는 업주는 "코로나19 이후 영화관과 각종 행사장 납품이 크게 줄었다"며 "영화관은 한 번에 많은 양을 주문하는 주요 거래처였는데 관람객이 줄면서 우리 매출도 덩달아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예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60∼70%는 줄었다"며 "예전에는 카페에서도 얼음을 많이 주문했지만, 지금은 카페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부분 제빙기로 필요한 양을 자체적으로 소비한다"고 했습니다.
계양구에서 기름과 얼음집을 함께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은 4일 "얼음 판매로는 전기요금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예전부터 해오던 일이라 이어갈 뿐이지 얼음 장사는 이미 다 죽었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