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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 없어 하천물로 버텨온 마을…씻을 물도 한 바가지뿐

상수도 없어 하천물로 버텨온 마을…씻을 물도 한 바가지뿐
▲ 집에 설치된 물탱크에 남은 양 보여주는 주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부산에서 상수도 시설조차 없는 주민들에게 이번 여름은 더욱 혹독합니다.

3일 부산 북구 만덕동 사기마을.

산비탈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 나오는 이 마을의 주민 50여 명은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평소 물탱크에 의존해 생활합니다.

산 정상에서 4㎞가량 이어진 호스를 따라 내려오는 하천물을 대형 물탱크에 모아뒀다가 각 가정에 설치된 소형 물탱크로 나눠 쓰는 방식입니다.

마을을 둘러보니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주택 곳곳에 파란색 소형 물탱크가 보였습니다.

마을 통장인 김 모(70) 씨는 "평소에도 물이 부족하면 아침에 호스를 잠그고 저녁에 다시 여는 식으로 아껴 쓰고 있다"며 "한 달에 두 번 정도 정화용 약을 넣어 주민들이 물을 마시고 씻을 수 있도록 관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부산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은 주민들의 유일한 물줄기를 완전히 끊어놓았습니다.

특히 이곳 북구는 최근 낮 기온이 40도를 웃돌며 부산에서도 가장 더운 지역이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던 물이 말라버리면서 주민들은 씻기는커녕 마실 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마을에서 만난 한 70대 주민은 "물이 귀하다 보니 탱크에 저장된 물로 씻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주로 음식을 하거나 마시는 데 사용한다"며 "물이 부족할 때는 마트에 가서 생수를 여러 병 사 오지만 무겁다 보니 많이 가져오지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목욕탕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형편이 여유로울 때나 가능하다"며 "내가 이 마을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청년'인데,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씻지도 못한 채 집 안에 계속 계신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주민들과 북구의회의 건의로 부산소방재난본부가 4∼5t가량의 물을 마을에 긴급 급수했지만, 아무리 아껴 써도 일주일을 버티기 어려운 양입니다.

또 다른 70대 주민의 집 마당에 들어서자 정리되지 않은 빈 생수통과 바짝 마른 바가지가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물이 부족한 상황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물탱크로 다가가 손으로 수위를 가리키던 주민은 "정말 죽을 지경"이라며 "소방에서 물을 배급해줬을 때 50ℓ 정도 받아놨는데 지금은 이만큼밖에 남지 않았다"며 "물이 아까워 하루에 한 바가지 정도만 쓰고,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닦는 게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이도 바라지 않는다. 두세 바가지로라도 씻어보고 싶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올여름 들어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 데다 이례적인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마을 전체가 그야말로 가뭄에 빠졌습니다.

거리 곳곳에 주민들이 조성한 텃밭의 호박과 옥수수, 고추 등 각종 작물은 노랗게 변해 말라비틀어진 지 오래였습니다.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평생 마른 적이 없었다는 하천에서도 물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하천 하류에 마지막으로 남은 웅덩이에서 작은 피라미들이 헤엄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를 바라보던 한 주민은 "쟤들도 며칠 있으면 하천이 마르면서 죽고 말 것"이라며 "평생 이 동네에서 살았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고 토로했습니다.

주민들은 당장 상수도 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더라도 이번 여름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급수 지원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마을에는 부산시 기념물인 만덕사지가 있어 개발이 어려운 데다가 상수도 공사를 둘러싼 마을 내부 이견으로 상수도 시설을 설치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 통장은 "소방 당국에 추가 급수를 부탁했으나 출동 업무가 있다 보니 계속 지원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물이 언제 다시 나올지 모르는데 지금으로서는 대안조차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사치스럽거나 편리하게 생활하려는 것이 아니고, 정말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라며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현장을 함께 방문한 정기수 북구의회 의장은 "도심 한가운데 살면서도 물이 공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며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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