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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다리 만지는지 관찰하라?…'AI 커닝' 진화에 대학가 속수무책

안경다리 만지는지 관찰하라?…'AI 커닝' 진화에 대학가 속수무책
▲ 스마트 안경 '메타 AI 글라스' (자료사진)

인공지능(AI) 글라스가 시험 부정행위 수단으로 새롭게 등장한 가운데 교육계가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신 모델은 얇은 다리와 50g 안팎 무게로 일반 안경과 점점 구분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대책이라곤 맨눈으로 AI글라스를 구별하는 '주먹구구' 수준에 머물러있습니다.

어제(2일)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에 AI 글라스를 반입 금지 물품에 포함하고,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지난 5월 전기산업기사·소방설비기사 시험에서 AI글라스 착용 응시자 3명이 적발된 것을 시작으로, 토익 정기시험에서도 응시자 2명이 연달아 적발되면서입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시 논술전형 등을 줄줄이 앞둔 대학가의 부정행위 방지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입니다.

특히 교내 부정행위는 사각지대에 놓였습니다.

수능 등과 달리 교내 커닝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대학이 손을 놓은 채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생성형 AI를 이용한 부정행위 사례로 대학가가 잇달아 홍역을 치르고도 부정행위 대응이 AI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내 스마트글라스 활용 부정행위 대응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려대와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은 아직 별도의 지침은 없지만 대응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교내 지침을 마련한 곳도 실효성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앙대 의대는 지난해 9월 제정한 학생평가 지침에서 일찌감치 AI 안경의 시험장 반입을 금지했습니다.

또 "안경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운지 확인한다"라거나 "안경다리를 반복적으로 터치하거나 조작하는 행동을 관찰한다"는 등 방법도 적발 지침에 담겼습니다.

이는 당시 시중에 나온 AI 글라스 형태를 반영한 내용입니다.

일반 뿔테보다도 두꺼운 형태에 눈에 띄는 손짓으로 조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과 1년 사이에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런 적발 방법은 통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삼성의 AI 글라스만 봐도 디스플레이가 없는 음성 모델로, 얇은 다리와 50g에 불과한 무게로 일반 뿔테 안경과 구분이 어려워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술 속도에 발맞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기술 발전으로 일반 안경과 구분이 안 되는 시대가 됐으니 결국 탐지기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면서 "시험 응시를 녹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다양한 AI 기기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커닝 수법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많습니다.

당장 생성형 AI와 내장 카메라가 탑재된 계산기는 이미 해외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스마트 콘택트렌즈' 등 소형 AI 기기도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시대 변화에 맞춰 시험 평가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형남 한국AI교육협회 회장은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사고력·문제해결력·창의성을 평가하도록 시험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면서 "계산기가 등장하며 수학 교육이 바뀌었듯 AI 시대에도 평가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정된 선택지 속 정답을 가려내고, 암기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기존 시험 방식은 AI 시대를 맞아 한계에 도달했다는 게 문 회장의 지적입니다.

박남기 명예교수도 "단순히 AI를 활용 못 하게 하는 지침으로는 결국 얼마든지 시험 부정행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과제 해결의 모든 과정을 정리해 제출하게 하고 연구 노트를 제작해 첨부하게 하는 등 AI를 쓰더라도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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