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해수욕장 찾은 시민들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면 전기요금이 감당되지 않을 것 같아 밤에라도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러 나왔어요."
역사적인 폭염이 부산을 덮친 30일 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30대 김 모 씨는 세 살배기 아기 손을 잡고 백사장을 맨발로 걸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집에 아기가 있다 보니 냉방기기를 하루 종일 켤 수밖에 없다"며 "다음 달 전기요금이 너무 걱정돼 밤에라도 나와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다음 달이 더 더울 것 같아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38.5도를 기록한 이날 부산은 해가 진 뒤에도 기온이 29도에 머물렀습니다.
열대야가 11일째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늦은 밤까지 바닷가를 찾아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랬습니다.
해변에 모인 '올빼미 피서객'들은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펴거나 나무판자를 깔고 앉아 바닷바람을 맞았습니다.
캠핑용 의자와 탁자를 가져와 출렁이는 파도를 감상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연인과 가족들은 시원한 음료와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잠시나마 폭염을 잊었습니다.
돗자리 위에서 맥주를 마시던 장 모 씨는 "퇴근 후에 해가 질 무렵 해변을 찾았는데도 낮 동안 달궈진 모래가 여전히 뜨거웠다"며 "한참 지나서야 비로소 바람이 시원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야간이라 입수는 금지됐지만, 바다에는 파도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는 나들이객들로 붐볐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걷던 이들은 한 손에 신발을 든 채 부채질을 하거나 옷깃을 여닫으며 열기를 식히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산책하던 60대 배 모 씨는 "매일 해수욕장 일대를 걷는데 오늘은 유난히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낮에는 너무 더워 외출하기도 힘들었는데, 바닷가에 오니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습니다.
산책로에는 거리 공연을 관람하며 한여름 밤 무더위를 잊으려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습니다.
기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밤이었지만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달리는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30대 박 모 씨는 "오늘 낮 기온이 39도에 육박했다고 해 운동하기 싫었지만, 과식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며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바람이 시원해 뛸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여름철 비교적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보이던 부산에는 최근 폭염 중대경보가 내려지는 등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날에는 낮 최고기온이 38.8도를 기록해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122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나타냈습니다.
부산에 올해 기록적인 폭염을 보이는 이유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겹친 이중 고기압 영향 때문입니다.
여기에 서풍과 북서풍이 유입되면서 체감 더위도 한층 심해졌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경우 최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으로 올라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극단적인 더위가 예상되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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