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암연립주택 전경
일부가 덩어리째 떨어져 나가고 곳곳에 금이 간 외벽, 천장이 무너지고 곰팡이가 핀 안방.
2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봉암연립주택은 그야말로 '준공 44년'의 세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각 동 앞에는 '구조안전 위험시설물'임을 알리는 노란색 알림판이 설치돼 있고, 외벽에는 균열 폭 측정기가 여러 곳에 부착된 상태였습니다.
이 연립주택 2층 집에 준공 직후부터 계속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밖에서 농사 짓는 사람들은 요즘 비가 안 와서 걱정이라는데, 그래도 안에서는 비가 안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비가 오면 집에 물이 다 새고 감당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60대 남성 주민은 "지붕이 무너지는 집도 있고 세면대 덩어리가 떨어지는 일도 부지기수"라며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엉망이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립주택은 지상 3층, 8개 동 규모로 1982년 준공됐습니다.
노후화 속에 2024년 4월 천장 콘크리트가 떨어지는 등 위험 징후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2월부터 시가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했고, 같은 해 9월 4개 동이 D등급(미흡)을, 나머지 4개 동이 E등급(불량) 판정을 받았습니다.
시는 시설물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된 D등급 동에 대해서는 안전 확보 차원에서 '사용제한'을 권고했습니다.
E등급 동에 대해서는 '사용금지'를 공고했습니다.
E등급은 심각한 결함으로 시설물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시는 지난해 9월 8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근거해 E등급 동 주민들에게 대피명령까지 내렸습니다.
그러나 사용제한·사용금지 공고가 내려질 무렵 살고 있던 65가구 중 이달 현재까지 떠난 집은 15가구에 불과합니다.
50가구 81명이 봉암연립주택에서 여전히 살고 있습니다.
이 중 23가구가 D등급 동, 27가구가 E등급 동에 거주합니다.
주민들은 이렇게나 열악한 상황에서 불안감을 떠안고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라고 말합니다.
주민들은 보상 필요성, 이주 과정 전반에서 발생할 비용 부담 등을 내세워 연립주택에 계속 머무르고 있습니다.
시가 주민 이주를 돕기 위해 시행하는 지원사업은 LH 임대주택 공급, 이사비(150만원 한도) 지원, 전세자금 융자 최대 1천만 원 지원(2년 거치 3년 균등분할상환, 거치기간 무이자에 상환기간 3%)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실제 이주 전후로 주민들이 일정 부분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 부담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D등급 동 1층에 사는 70대 주민은 "가진 돈이 없는데 이주를 지원해준다고 해도 충분하지가 않다"며 "남편이 배가 있으니까 종종 고기를 잡아서 돈도 벌고 하는데, 바다와 먼 데 간다(이주)하면 생활을 어떻게 하느냐. 배도 안 팔리면 어떡하느냐"고 했습니다.
주민들은 "태풍이라도 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하루하루 불안한 생활을 이어갑니다.
시로서는 사유재산이어서 관리주체인 소유자가 시설물 유지·관리, 안전조치 책임을 지기 때문에 주민들이 요구하는 매입 등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주민들을 상대로 이주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대피명령 위반 시에는 2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고 고발 조치도 가능하지만, 시는 주민들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등 우려에 실제 과태료·고발 조치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는 혹시 모를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해 각 동에 변위 계측기 등을 설치해 건물 기울기 변화, 균열 양상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후 다행히 현재까지 특별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시 관계자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시가 보상 등을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건물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주민들에게 이주를 지속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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