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전장보다 360.42p(5.98%) 내린 5,663.24로 마감한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코스피 지수와 SK하이닉스 주가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과 컨퍼런스콜 결과에 대한 실망감 속에 코스피가 전날에 이어 재차 급락하면서 '진짜 바닥'이 어딘지에 대한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6,800선을 중심으로 반등을 모색하는 양상이었는데 불과 이틀 만에 1천 포인트 넘게 지수가 빠지면서, 한때 '9천피'를 찍었던 코스피가 '5천피' 구간에서 새로운 지지선을 찾아야 할 형편이 된 것입니다.
국내 증시는 전날 폭락으로 '검은 화요일'을 기록한데 이어 또 한 번 '블랙데이'를 맞았습니다.
오늘(2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60.42포인트(5.98%) 내린 5,663.24로 장을 마쳤습니다.
코스닥도 43.17포인트(6.12%) 내린 662.68로 마감했습니다.
특히 전날에 이어 양시장 모두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걸린데 이어 20분간 매매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마저 발동됐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양 시장에서 이틀 연속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동반 발동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개장 직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날 10.84% 폭락한 데 따른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09% 오른 6,089.11로 출발한 지수는 한때 3.40% 오른 6,228.52까지 상승하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이날 역대 최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4% 넘게 급등하던 SK하이닉스가 급격히 상승분을 반납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0조 5,426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7.2%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무려 76%에 이르렀으나, 컨센서스(시장평균전망치 63조 5,526억 원)에 비해서는 4.7%가량 부족한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실적발표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협상 진행 상황 등과 관련, 구체적 가격이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고,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도 추가 주주환원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힌 데 대한 실망감이 투매를 촉발했습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19.61% 폭락하며 지수를 강하게 끌어내렸습니다.
개장 직후 6% 넘게 오르며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삼성전자도 이런 분위기에 휘말리며 장중 한때 14.00% 내린 18만 9,200원까지 밀렸습니다.
삼성전자는 5.23% 급락한 20만 8,500원에 마감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투톱'인 두 종목이 이처럼 일제히 추락하자 코스피도 급락세로 돌아서 오후 한때 12.63% 급락한 5,262.77까지 주저앉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조정의 '진바닥'으로 여겨졌던 6,000선이 완전히 무너진 것을 넘어 5천피조차 위협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기계적 매도를 문제로 지목하며 코스피 6,800선을 가장 중요한 기술적 지지선으로 제시했습니다.
6,800선을 지키지 못할 때 다음 지지선은 6,500선이고, 이마저 이탈하면 6,100~6,000선까지 추가로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3~6개월 코스피 예상 범위로 6,000~9,000을 제시했으며, 국내 증권가 전문가들 역시 6,000선을 바닥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습니다.
그런데도 6,000선이 뚫리고 새 바닥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된 데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상하이 증시 상장 흥행, 중국 국영기업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 등에 따른 불안감에 더해 한국 주식시장의 기초체력이 극단적으로 떨어진 상태란 점이 거론됩니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코스피와 코스닥 양시장에서 6차례나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는 초고변동성 장세에 투자심리가 완전히 무너진 탓입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흐릿한 비관론에 경도된 센티멘털(수급·가격)이 성장성과 가시성으로 중무장한 펀더멘털(실적·가치)을 압도하는 백약무효의 속절없는 장세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수 전체를 흔드는 '왝더독' 현상 속에 "글로벌 투자가 측의 '롤러코스피', 투전판 낙인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16개 종목의 거래대금은 이날 급락장에서도 폭증했습니다.
16개 종목의 거래대금 총합은 15조 원으로 전날 8조 2천억 원의 약 두 배에 달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후 5.23%와 9.61%로 낙폭을 좁힌 채 정규장 거래를 마쳤고, 이에 코스피도 200일선인 5,696포인트 근방을 되찾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선 바닥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입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의 종가 기준 (전고점 대비) 최대낙폭(MDD)은 -42.5%, 장중 저가 기준 MDD는 -47.8%였다"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46.7%)만큼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시 이날 코스피 저가인 5,260이 저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변동성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총이 "금일 추정치 기준 5조 5천억 원으로 상장 직후(5조 2천억 원) 수준까지 감소했다"면서 "반도체에 대한 극단적 매도 압력도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날 기준 코스피 7월 월간 낙폭은 33.18%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997년 10월·-27.24%)보다도 큰 사실상의 역대 최대 월간 낙폭입니다.
올해 6월 19일 전고점(9,385.59) 기록 이후 현재까지의 코스피 낙폭은 39.66%입니다.
최근까지 주요국 중 압도적 1위였던 연초 대비 수익률은 여전히 34.39%로 높은 편이지만, 대만(38.24%)에 밀려 2위로 내려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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