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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땡'하면 무조건 철수"…찜통더위에 갇힌 밀양

"정오 '땡'하면 무조건 철수"…찜통더위에 갇힌 밀양
▲ 전날 전국 최고 기온인 39.3도를 기록한 경남 밀양시 상동면 한 딸기 농가에서 27일 한 농민이 물을 마시고 있다.

"너무 더워서 낮 12시 '땡' 하면 하던 일을 무조건 멈추고 철수시킵니다. 더위가 사람 잡습니다."

어제(27일) 대한민국 딸기 시배지로 알려진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에서 만난 농장주 박 모(60대·남) 씨는 "오늘 라오스 출신 계절 근로자들이 오전 6시부터 일하는데, 쓰러질 것 같은 더위에는 유연근무와 상관없이 정오에 무조건 철수시킨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날 오전 뙤약볕이 내리쬐는 박 씨 농장에서 라오스 출신 계절근로자 4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각자 형형색색의 파라솔을 땅에 꽂고 그 그늘에 의지해 딸기 모종 틔우기 작업에 한창이었습니다.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쓴 한 농민은 파라솔 아래 밭고랑에 주저앉아 물을 들이켜며 타는 목을 축이기도 했습니다.

인근 상남면에 사는 김 모(70·여) 씨 농가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70대 내국인 4명이 함께 일하는 이곳은 해가 뜬 직후인 오전 6시에 일을 시작해 오후 7시에 마칩니다.

김 씨는 "가장 뜨거운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무조건 쉰다. 39.3도를 찍은 어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어 오전 11시에 곧장 들어갔다"며 "오늘도 날 씨 상황에 따라서 일찍 철수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해가 갈수록 덥다. 너무 더워서 몇 해 전부터는 파라솔 없이는 밭에서 버틸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김 씨 일행은 500mL 생수를 하루 4개씩 마시면서 무더위와 사투를 벌인다고 전했습니다.

상인들의 하루도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밀양아리랑시장 안팎에서는 상인들이 더위를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고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습니다.

한 의류 매장 사장은 가게 에어컨을 틀어놓고 그 앞에 선풍기까지 함께 켜 냉기를 끌어모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노점에서 부채를 부치던 상인 역시 대형 선풍기를 바로 옆에 바짝 붙여놓고 손님을 기다렸습니다.

시장에서 양말 등을 파는 상인은 "최근에 비도 오지 않고, 날 씨가 계속해서 더운 것 같다"며 "얼음물을 얼려도 빨리 녹아버린다"고 땀을 닦아냈습니다.

시장에서 만난 80대 할머니는 "밀양이 원래 덥다지만 올해는 더워도 너무 덥다. 팔십 평생 밤낮 구분 없이 에어컨을 켜놓고 살기는 처음"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사방이 트인 탓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자연 에어컨'으로 불리는 국보 영남루도 살인적인 무더위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영남루에서 관광객 김 모(75·경북 청도군) 씨는 "영남루가 시원해서 아내와 차로 25분을 달려왔다"며 "시원하긴 하지만 (오늘 날 씨가 너무 더워) 평소보다 덜 시원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영남루 시설 관리인은 "영남루에 자주 오는 사람끼리는 '바람에 사람이 날아갈 정도로 시원하다'고 영남루 냉기를 표현한다"며 "관광객이 한 번 오면 3∼4시간씩 머물다 가는 곳"이라면서도 "최근 사흘 정도는 너무 더워서 그런지 사람이 없다. 주말이면 보통 1천 명 이상 찾지만, 전날에는 폭염 영향으로 50∼60명 정도 온 것이 전부"라고 전했습니다.

전날 양산시와 함께 최고기온 39.3도를 기록한 밀양은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찜통더위'로 푹푹 찌는 형국입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밀양 지역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효했습니다.

폭염중대경보는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는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거나 최고기온이 39도 이상일 때 내려지는 특보입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는 대구를 제치고 전국에서 가장 더운 찜통 도시로 연일 거론되는 밀양은 지형적 특성상 솥단지처럼 열기가 고이기 쉬운 구조입니다.

해발 1천m 안팎의 산들이 시가지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전형적인 분지 지형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밀양시 내이동 기온은 38도까지 치솟았고, 밀양강 산책로 등 펄펄 끓는 거리에는 오가는 인파가 뚝 끊겨 적막감마저 감돌았습니다.

도심 거리에는 뜨거운 열기를 식히려고 물안개 분사 장치(쿨링포그)가 하얗게 뿜어져 나왔고, 거리를 지나는 시민은 양산으로 햇빛을 가린 채 잰걸음을 옮겼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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