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루에도 몇 %씩 출렁이고,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이 반토막날 만큼 변동성이 컸던 올 여름, 시장이 이렇게 요동치는 내내, 이익을 낸 곳은 따로 있습니다.
주가 방향과 상관없이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수수료를 얻는 은행과 증권을 거느린 5대 금융지주였습니다.
이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벌어들인 순이익은 13조 1,183억 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다섯 곳을 합친 액수로, 1년 전보다 9.7% 늘어나 반기 기준 역대 최대입니다.
가계대출 규제 압박 속에서도 이익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실적을 끌어올린 건 두 개의 축, 이른바 '쌍끌이'였습니다.
먼저 증권입니다.
증시가 달아오르며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가 폭발했고, 그 거래 한 건 한 건마다 붙는 수수료는 고스란히 증권사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5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반년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은 2조 6,370억 원으로, 1년 전의 두 배를 훌쩍 넘겼습니다.
특히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7,95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11.7% 급증했습니다.
이 힘으로 NH투자증권은 홀로 9,652억 원, 1조 원에 육박하는 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습니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도 일제히 반기 최대급 실적을 냈습니다.
다른 한 축인 은행에서는 '이자'가 곳간을 채웠습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대출 문이 막히자 은행들은 기업대출로 무게중심을 옮겼고,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예대마진을 더 벌렸고, 결국 순이자마진을 더 남겼습니다.
그 결과 신한, KB, 하나은행 모두 2조원 대의 순이익을 올렸습니다.
5대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순이익이 1년 전보다 11.9% 줄어든 1조 3,730억 원에 그쳤습니다.
이렇게 은행 이자이익이 늘어난 반면, 대출 문턱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지난 10일 KB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췄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았고,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습니다.
정부 규제가 아니라, 지난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넘긴 은행이 자체적으로 한도를 축소한 조치입니다.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금융당국 내에서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역대급 이익을 낸 은행이 정작 대출은 더 조이고 있는 겁니다.
늘어난 이익은 일부 주주환원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7,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고, 하나금융은 2,500억 원, 우리금융은 하반기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합니다.
분기 배당도 함께 늘리면서 실적 개선 일부가 주주환원 확대로 이어진 겁니다.
다만, 하반기 증시가 꺾이면 비이자이익부터 줄어들 수 있는데 지난 16일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면 그 공백을 이자이익이 상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취재: 여현교, 영상편집: 나홍희, 디자인: 이정주, 제작: 디지털뉴스부)
증시 난장판 속에…5대 금융, 상반기 순익 13조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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