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3일 만에 100만,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흥행세를 보였지만, 개봉 초반부터 영화를 향한 극단적인 호불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호평을 하는 관객은 한국 영화 사상 최대인 600억 원을 투입해 한국형 SF를 구축하고 어떤 한국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스피드와 스펙터클을 구현했다는 것에 열광했다. 반면 혹평을 쏟아낸 관객들은 기대이하의 CG와 불완전한 서사에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호프'를 향한 극단적 호불호는 장외 논쟁까지 불러일으키며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영화를 호평하는 사람들에게 맹목적 비난을 가하고, 혹평하는 사람들에게는 수준을 논하는 격앙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영화를 둘러싼 이 같은 논쟁이 흥행에 호재로 작용할지 악재로 작용할지 미지수다. 최근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방식과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극단적 호불호의 부작용…안목 평가를 넘어 수준 논쟁까지
'호프'의 서사는 불완전하며 불친절하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사건의 발생을 보여주고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맹렬한 추격전으로 관객을 정신 못 차리게 한다. 영화 시작 후 1시간여의 난장이 지나가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후 숲과 도로로 이어지는 또 한 번의 거대한 클라이맥스를 선사한다.
나홍진 감독은 '액션으로 스토리를 느끼게 하는 영화'를 지향했다. '호프'는 어렵고 복잡한 영화가 아니라 불완전하고 불친절한 영화다. 영화 안에서 완결된 서사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관람 후 감독이 남긴 공백을 해석과 상상력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꿈보다 해몽'식의, 어쩌면 감독이 의도조차 하지 않았을 다채로운 분석이 나오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호프'는 호평과 혹평이 극단적으로 나뉘면서 타인의 감상과 의견을 공격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누군가의 취향과 기호를 안목과 수준을 논하는 잣대로 여기는 것이다. 평론가, 유튜버, 연예인 등 '호프'에 대한 평을 남긴 이들이 주요 대상이다.
일례로 이동진 평론가는 '호프'를 관람한 뒤 "기괴한 난장판 속에서 대담하게 질주하는, 영화 전체가 거대한 크레셴도"라는 평을 남기며 별점 5점 만점에 4점을 부여했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나홍진 감독과의 친분, 침체된 영화계를 고려해 후한 점수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근거가 없는 데다 불필요한 의혹으로까지 번지자 이동진 평론가는 평점의 이유를 설명한 뒤 "'호프'가 훌륭하다는 것은 자신의 의견이고, 형편없다는 것 역시 상대의 의견"이라며 "다수가 동의한다고 해서 의견이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 흥행에 악재일까 호재일까…관객 동원 추이로 본 현실적 전망
'호프'는 한국 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인 6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배급사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제작비와 손익분기점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번도 공식적인 수치를 밝힌 바 있다. 개봉 영화, 그것도 대작 영화의 제작비와 손익분기점을 밝히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영화계 안팎의 쏠린 시선이 부담스럽고, 흥행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호프'는 지난 5월 칸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약 200개국에 선판매를 했다. 이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700만 명대로 낮췄다고 알려졌다. 해외 세일즈를 통한 매출과 각 나라별 계약 조건과 흥행에 따른 따른 플러스알파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선판매 수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 시장의 목표치는 달성해야 한다. 자국에서 망한 영화가 해외에서 잘 된 경우는 극히 드물며, 내수 시장 수치는 해외 홍보와 추가 판매에도 영향을 끼친다.
'호프'는 개봉 3일 만에 100만,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다. 그러나 흐름을 분석해 보면 손익분기점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오랜 기간 박스오피스 데이터를 분석해오고 있는 하하필름스의 이하영 대표는 '호프'의 첫 주말 성적(150만 명)에 대해 "장르나 배우 그리고 시즌을 봐서는 첫 주에 관객이 몰려야 하는 영화인데 기대보다는 좀 약하다"며 "역주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역주행은 토요일 대비 일요일 드롭이 적거나 혹은 더 들 경우 발생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호프'는 그렇지가 않다. 반대로 금요일에서 토요일, 토요일에서 일요일, 드롭이 커지면서 떨어지고 있다. 특히 토요일에서 일요일로의 드롭은 23%나 떨어졌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데이터로만 본다면 현재 '호프'의 예상스코어는 500만을 기준으로 위아래 30만 수준이다. 어쩔 수 없이 역주행을 기대할 수밖에는 없다. 홍보가 더 받쳐줘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호프'의 현 성적표가 아쉬운 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개 배포한 2차 영화 관람료 6천 원 할인권이 반영된 수치라는 점이다. '호프'는 개봉 첫날 33만 명, 첫 주말 1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할인권 호재가 반영된 수치 치고는 아쉬운 성적표였다. 이는 관객들이 할인권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거나 '호프'에 집중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번 할인권의 사용 기간은 9월 8일까지다.
손익분기점을 달성을 위해서는 2주 차 주말 성적이 중요하다. 차주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개봉하고, 그다음 주에는 '오디세이'가 경쟁에 가세한다. 경쟁작이 개봉하기 전인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까지 최소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야 한다.
◆ 요약본과 정보 범람의 시대…관객은 더 신중해졌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천만 영화가 개봉 후 20일 전후 기간에 탄생했다. 텐트폴 영화는 개봉 2~3주 내에 배급력과 홍보비를 총 투입해 대형 흥행을 만들어냈다. 관객들도 기대작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소비했다.
지금은 관객이 온라인과 커뮤니티, 구전 등으로 영화 정보와 평가를 면밀히 확인한 뒤 천천히 움직이는 추세다. 이는 관람료 인상과 OTT 부상에 따른 지속적인 변화기도 하다.
'호프'는 개봉 첫 주부터 유튜브와 커뮤니티에 영화에 대한 평가는 물론 상세한 줄거리, 분석글이 올라오며 화제작 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정보의 범람은 실제 영화를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관객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영화 관람은 돈뿐만 아니라 시간도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극장으로 이동하는 물리적 노동력까지 요한다.
'호프'의 러닝타임은 3시간에 육박한다.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20분 내외의 요약본은 이 시끄러운 논란을 정리해 주고, 영화를 안 봤는데 본 것 같은 해소감을 준다.
이 영화를 향한 개봉 초반의 과열된 논쟁은 "내 눈으로 영화를 보고 평가하겠다"는 심리를 자극하기보다는 온라인상에서 논쟁을 소비한 뒤 영화에 대한 평가를 조기에 내려버리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영진위 예매율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49.8%, '호프' 25.2%, '오디세이' 11% 순이다. 2주 차 주말을 맞는 '호프'는 관객 동원을 위해 총력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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