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 외교부 장관이 22일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열린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해온 역내 다자 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2년 연속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중국과 밀착하며 다자 외교무대보다는 양자 외교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미국도 북한 문제를 외교 현안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상황이어서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까지 관망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지시각 오늘(2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RF 회의에는 북한 대표단은 끝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ARF 회의에도 가입 이후 처음으로 불참한 바 있습니다.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해온 역내 다자 안보협의체입니다.
북한은 지난 2000년 가입한 뒤 역내 국가들과 접촉하는 다자외교 무대로 활용해왔으며, 의장성명을 둘러싸고 한국과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부터 외무상 대신 개최국 주재 대사나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를 수석대표로 보내며 대표단의 격을 낮췄고, 지난해에는 가입 25년 만에 처음으로 불참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당분간 ARF 등 다자외교보다 북러·북중 관계를 중심으로 한 양자외교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전략적 입지를 활용하고 있는 데다, 미국도 중동 문제 등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북한을 주요 외교 현안으로 다루지 않고 있어 북한 입장에서는 ARF를 통한 다자외교에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까지 관망 기조를 유지하다 필요할 때 다시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향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등 국제정세 변화로 북러 관계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지거나 북미 대화 여건이 조성될 경우 다시 다자외교 무대를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정부는 향후 북한이 대화에 복귀하는 국면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역내 국가들과의 공감대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조현 장관이 참석국들에 한반도 정세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정세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협력이 이뤄지는 데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조 장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정책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으며, 참석국들도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이해를 나타냈다"며 "아세안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만큼 우리 정부의 접근 방향을 잘 이해·지지하고 있고, 의장성명 등에도 이러한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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