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궁'은 귀(⻤)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귀신잡이 구천(남주혁 분)과 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감찰궁녀 생강(노윤서 분)이 왕(조승우 분)의 은밀한 부름을 받아 동궁에 깃든 잔혹한 저주의 실체를 파헤쳐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오컬트 사극이다. 지난 17일 전편 공개 이후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 로코 벗고 선택한 오컬트 사극…새로운 변신 시도
남주혁이 전역 후 복귀작으로 오컬트 사극 '동궁'을 선택한 배경에는 캐릭터 스펙트럼에 대한 깊은 갈증과 도전 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간 '스타트업',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다수의 작품에서 청량하고 다정한 로맨틱 코미디 남주인공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던 그는 군 복무 기간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진지하게 돌이켜보았다고 털어놓았다.
"군대에 있으면서 배우로서 캐릭터 성향이 강하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필모그래피를 되돌아보니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많이 했더라고요. 물론 지금도 로코를 여전히 사랑하고 하고 싶지만, 당시에는 조금 더 강렬하고 짙은 캐릭터적 다양성을 접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운명처럼 접한 작품이 바로 '동궁'이었다. 그가 분한 '구천'은 그간 보여준 적 없는 어둡고 피폐한 서사를 지닌 인물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트라우마로 세상을 등지고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 사내이자, 현실 세계와 귀의 세계 어디에도 마음 붙일 곳 없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애초에 이미 피폐해져 있고 고립되어 있던 구천이라는 아이가 궁이라는 가장 불편하고 기가 센 공간에 끌려 들어갔을 때 어떻게 살아남고 살아가게 될지 호기심이 생겼어요. '이 친구를 나만의 색깔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구천'은 귀신을 보는 걸 넘어 귀의 세계로 가서 직접 처단까지 가능한 인물이다. 귀의 세계로 갈 때마다 양기를 잃고 체력이 고갈되는 캐릭터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남주혁은 비주얼적으로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군 전역 직후라 체중과 근육이 붙어있던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약 7kg을 감량했다.
"궁에 처음 끌려갈 때의 구천이는 포동포동한데, 뒤로 갈수록 양기를 잃고 피골이 상접해가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어요. 안 먹던 샐러드를 챙겨 먹고 라면을 끊으며 다이어트를 했죠. 거기에 촬영하며 몸을 많이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7kg 정도 빠졌던 것 같아요."
▲ 반복된 수중 촬영과 격렬한 액션에도…"고생은 아무것도 아냐"
'동궁'은 오컬트 사극이라는 장르 특성상 격렬한 액션과 수중 촬영 등이 주를 이뤄 배우의 체력적 소모가 극에 달했던 현장이었다. 남주혁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어느 정도 험난한 여정을 예상했다고 털어놓았다.
"대본을 보니 액션도 너무 많고 물에 들어가는 신도 참 많아 고생할 것이라 각오했어요. 작품을 결정할 당시는 군대에 있던 시절이라 체력도, 열정도 가득해서 '고생 좀 하겠다'고 덤덤히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첫 귀의 세계 액션신을 찍고 나서는 '아, 정말 고생 많이 하겠다'고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특히 VFX(가상 시각 효과) 작업 전, 모형이나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바라보며 연기해야 하는 고충도 컸다. 남주혁은 "처음 귀매나 '꺼먹살이' 같은 존재들과 연기할 땐 상상이 안 되기도 했지만, 현장 세팅과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90% 이상 상상했던 대로 완성본이 구현되어 놀라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액션 톤에 대한 깊은 고민도 덧붙였다.
"구천이의 액션은 귀신을 처단하거나 멋을 내기 위한 공격적 액션이 아니에요. 사연 있는 귀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을 좋은 곳으로 보내주려는 방어적인 액션이죠. 나도 살고 그들도 살리기 위한, 힘없지만 처절한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계절을 관통하며 온몸을 던진 현장이었지만, 남주혁은 이 모든 과정을 작품을 위한 당연한 헌신으로 돌렸다. 작품을 향한 프로다운 책임감이 빛난 순간이었다.
"감독님이 일부러 고생시킨 건 일절 없어요. 대본으로 봤을 때보다 직접 움직이고 물에 들어가며 액션이 많다는 걸 몸소 깨달았을 뿐이죠. 그 생생함이 대중에게 잘 전달되기만 했다면, 제가 겪은 힘듦과 고생은 고생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좋은 장면을 만드는 데 거름이 됐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 "조승우 선배와 신 적어 아쉬워… 노윤서와는 전우애 넘치는 호흡"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에 대해서도 애정 어린 소회를 남겼다. 극 중 왕 역을 맡은 조승우, 대비 역의 장영남에 대해 그는 "선배님들과 같이 나오는 신이 많지 않아 너무 아쉬웠다. 조승우 형님은 후배들이 현장에서 잘 뛰어놀 수 있게 분위기를 풀어주시는 최고의 선배다. 다음에 더 많은 신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작품에서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신을 함께 소화한 노윤서(생강 역)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첫 촬영 전부터 작가님, 감독님과 함께 캐릭터를 쌓아가는 과정을 거쳐 처음부터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특히 구천과 생강의 관계가 단순한 '로맨스'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구천과 생강의 관계를 단순한 로맨스로 접근하지 않았어요. 스스로 고립을 택했던 구천이가 생강이라는 인물을 통해 처음으로 도움을 받고, 서로를 구원하는 '전우애'와 의지에 가까웠죠. '동궁'을 보시는 시청자분들이 생강과 구천을 보며 다양한 관계성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했는데, 그렇게 잘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 감사함을 느낍니다."
▲ "호불호 평가도 성장의 동기부여… 한 몸 불사르며 연기할 것"
'동궁'은 공개 이후 국내 넷플릭스 순위 1위를 기록하고, 해외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기묘한 이야기', 영화 '콘스탄틴' 등에 비교되며 열띤 반응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에서도 공개 첫 주 단숨에 비영어권 2위에 등극했다. 반면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캐릭터나 연기 톤에 대해 호불호 섞인 아쉬운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작품과 연기에 대해 엇갈리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평가에 대해 남주혁은 솔직하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호불호 반응 역시 인지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는 감사히 받고, 아쉽다는 반응 역시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오히려 그런 의견들이 저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됩니다. 한 작품에서 시청자가 많을수록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당연해요. 앞으로도 칭찬받을 때가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겠지만, 모든 의견을 감사하게 생각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남주혁은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숙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포부를 다졌다.
"배우는 매번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직업입니다. 앞으로도 늘 똑같은 마음으로 작품에 임할 것 같아요. 매번 좋은 작품을 만난다는 건 사람으로서나 배우로서나 큰 복입니다. 앞으로도 더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다음 작품에서도 이 한 몸 불사지르며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습니다."
한편, 남주혁의 새로운 연기 변신이 담긴 '동궁'은 총 8부작으로, 지난 17일 넷플릭스에 전편 공개됐다.
[사진 = 넷플릭스]
강선애 기자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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