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란병에 걸린 나무에서 딴 버려지는 사과
"날씨도 더운데 사과나무까지 병들어서 죽어 나가니 속이 타들어 갑니다. "
지난해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 사과농가가 이번에는 병해충 중 하나인 부란병까지 번지면서 폭염 속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22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배방리 마을, 이 마을은 지난해 대형 산불에 직격탄을 맞아 집과 사과나무 등이 타는 등 극심한 피해를 본 곳입니다.
폭염경보 속 낮 기온은 33도까지 치솟으며 마을 일대는 푹푹 찌는 날씨를 보였습니다.
이날 주민 송 모(55) 씨는 구슬땀을 흘리며 사과농사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는 연일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속을 태우는 건 따로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최근 그의 시름을 깊게 하는 건 사과 부란병입니다.
이는 주로 가지 등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나무를 말라 죽게 만드는 곰팡이성 병해의 일종입니다.
시중에 있는 농약은 큰 효과가 없어 조기에 감염 부위를 잘라내는 방법이 유일한데 그마저도 발견이 늦어지면 손을 쓸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송 씨도 최근 부란병 때문에 사과나무를 다섯 그루나 잃었습니다.
이날 역시 새로 구한 농약을 두 달간 투여했음에도 진전이 없는 사과나무 하나를 베어내야 했습니다.
밑동부터 말라버린 나무에 톱질하니 마른 톱밥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습니다.
잘린 나무 단면은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된 듯 건조해 보였습니다.
송 씨는 "사과나무를 새로 심으면 수년은 기다려야 사과를 왕성하게 맺는다"며 "나무 하나를 베면 당장의 손실도 있지만 수년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게 가장 뼈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기에 발견해 조치하더라도 언제 다시 발병할지 몰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송 씨는 굳은 표정으로 나무에 달려있던 사과를 하나둘씩 따 종이 상자에 담았습니다.
사과는 나무가 마른 탓에 영양분을 제대로 못 받아 크기가 작았습니다.
송 씨는 "이런 건 상품성이 없어 내다 팔지도 못한다"며 "나무를 하나 베면 거기에 들인 약제, 비료, 인건비 등 하나도 못 건지니까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베어 낸 사과나무를 처리하는 방법도 골칫거리입니다.
부란병에 걸린 나무는 전염 가능성 때문에 땅에 묻는 등의 방법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합니다.
다른 주민 오 모(66) 씨도 "최근 부란병이 기승을 부리면서 주변 농가마다 고생하고 있다"며 "효과적인 약제가 없어서 사과 농사를 오래 지은 사람이 아니면 대응하기가 까다롭다"고 했습니다.
경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안동, 청송 등 사과 생산량이 많은 4개 시·군 소재 대표 지점 농가 12곳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부란병 발병률은 평균 2.4%로 나타났습니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새로운 약제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예비시험을 거쳐 올해 현장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실험은 3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결과를 바탕으로 상용화 가능 여부 등 결론을 내릴 예정입니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부란병은 보통 발병하면 나무가 말라죽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2%대의 발병률도 낮은 수치가 아니다"라며 "내년에도 관련 연구개발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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