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명 피해 발생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의사를 꿈꾼 여고생의 목숨을 앗아간 은마아파트 화재 당시 원인 미상의 화재 감지기 미작동으로 생존 '골든 타임'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0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강남소방서는 최근 이 사고에 대해 작성한 167쪽 분량 조사 보고서에서 "감지기 미작동이 초기 진압 기회를 상실케 한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세대에는 정온식 스포트형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세대 내부 온도가 70∼75도로 올라가면 경보가 작동하는 기기입니다.
감지기가 설치된 위치는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주방 천장이었습니다.
고온의 화염이 생성돼 호실 내부 곳곳으로 확산하는 동안 코 앞의 감지기가 필요할 때 제 역할을 못 한 것입니다.
숨진 여학생 김 모(17)양의 아버지 김 모(59)씨는 사고 당일 오전 4시 57분 출근했습니다.
이후 김 양이 최초로 화재를 신고한 오전 6시 18분쯤까지 1시간 20분가량 간극이 있었습니다.
소방은 그사이 불이 시작돼 '플래시오버'로 걷잡을 수 없게 커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플래시오버는 인화성 가스가 밀폐된 공간에 축적하다가 일순간 착화해 폭발하는 것을 말합니다.
조사팀은 "오전 6시 18분 경보 당시 세대 내 (화염이) 플래시오버 전 성장기 단계에 진입했다. 이후 현관문 등을 통해 산소가 유입돼 화염이 급격하게 확산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제야 자다가 깨 화재를 확인한 김 양은 결국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김 양의 동생과 대피했던 김 씨의 아내는 딸을 구하러 현장에 다시 들어갔다가 머리와 어깨 등에 중화상을 입었습니다.
이 같은 대피 상황을 종합하면 화염이 플래시오버 상태로 발전하기 전에 감지기 경보가 울렸더라면 김 양이 화를 피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게 조사팀 결론입니다.
현장 조사 결과 감지기는 회로 피복이 소실되고 단선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해당 기기는 단선 시 작동하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갑작스러운 발화와 올해 초 한 달가량 이뤄진 인테리어 공사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조사팀은 인명 피해를 유발한 감지기 미작동 상황에 대해서도 별도 분석했습니다.
조사팀은 ▲ 공사 전부터 작동 불능이었을 가능성 ▲ 공사로 인해 감지기 내부 장치와 선로 연결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 ▲ 감지기 배선이 먼저 불에 탔을 가능성 등 세 가지 상황을 추정했습니다.
공사계획서에는 난방, 수도, 도배 등이 기재됐으나 전기공사는 빠졌습니다.
이에 대해 인테리어 업체 대표는 조사 과정에서 "깜빡하고 적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단지 소방안전관리 담당자가 조명 배선 공사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고, 공사 이후에도 이 세대에 대해서는 관리사무소 차원의 전기 점검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 담당자는 조사 과정에서 "등기구 교체 작업 시 등기구와 배선 접속 방식에 따라 전기 면허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작업자들은 면허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당시 공사를 진행한 인테리어 업자 2명과 전기 시공업자 1명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전기공사업법 위반, 소방시설공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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