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결승전 패배에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 몰려나와 축하하는 아르헨티나 시민들
결승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축구대표팀 응원가가 힘차게 울려 퍼졌습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뉴저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연장 접전 끝에 스페인에 0-1로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멈춰 선 순간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2연패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는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대표팀 유니폼과 국기를 든 시민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서로를 끌어안은 사람들은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며 대표팀에 대한 감사를 전했습니다.
우승 퍼레이드라도 열린 것처럼 오벨리스코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시민들의 표정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 때 보여줬던 그 표정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도심 곳곳에서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가족, 친구들과 함께 광장과 공원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뿐 아니라 로사리오, 코르도바, 멘도사, 살타 등 아르헨티나 전국 각지의 광장과 공원으로 시민들이 모여 대표팀 응원가를 부르는 영상이 잇달아 올라왔습니다.
패배를 위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20년 동안 하늘색과 흰색 유니폼을 입고 조국을 위해 뛰어온 주장 리오넬 메시와 대표팀에게 감사하기 위한 발걸음이었습니다.
이들은 "오늘 경기는 졌지만 메시는 이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으로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행복을 선물했다"며 "우리는 준우승을 슬퍼하려고 나온 것이 아니라 대표팀에게 고맙다고 말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메시와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잉글랜드 전을 훌륭하게 이겼다"며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자랑스럽다"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한 시민은 "메시는 20년 동안 대표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런 선수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감사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월드컵 직전 메시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습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그의 마지막 무대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국민들은 또 한 번 메시와 함께 월드컵을 치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했습니다.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를 다시 결승 무대에 올려놓았습니다.
카보베르데전부터 잉글랜드와의 준결승까지 경기 막판 잇따라 터진 극적인 골은 수많은 국민에게 또 하나의 월드컵 명장면으로 남았습니다.
비록 마지막 결승에서는 스페인의 견고한 수비를 넘지 못했지만, 국민들은 결승전 120분보다 지난 20년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대표팀 주장으로 수없이 눈물을 흘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마침내 월드컵 우승까지 이끌었던 '메시의 시간'이었다는 게 아르헨티나인들의 평가입니다.
대표팀을 이끈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다시는 이런 팀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미안하다"고 말한 뒤 눈물을 흘리며 인터뷰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준결승전까지 보여줬던 대단한 역전승을 결승전에서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 찬 발언이었습니다.
우승컵은 스페인이 들어 올렸지만, 이날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축하한 것은 승패가 아니었습니다.
20년 동안 대표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주장 리오넬 메시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대한 감사였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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