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
미·이란 간 무력충돌의 뇌관이 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하기 위해 걸프 지역 국가와 이란이 이 해협을 공동관리하면서 소정의 수수료를 받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뉴욕타임스가 현지 시간 19일 소개했습니다.
신문은 런던 싱크탱크 부르스&바자재단이 이번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걸프 해역(페르사이만) 주변국들이 이 수역을 일종의 지역 공동자산으로 보고 수역 유지·보수 명목으로 유조선에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제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구상이 국제법 틀에도 부합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주장하는 이란 정부의 요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걸프 해역과 접한 8개국(걸프 지역 6개국, 이란, 이라크) 모두에 평화유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으로 개방하려는 현재 미국의 시도는 치명적이고 실효성 없는 '시시포스의 형벌'과 같다며 이런 방안에 주목했습니다.
이 제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철강·석탄 공동생산을 규율했던 유럽 석탄·철강공동체(ECSC)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두 차례의 참혹한 세계대전을 겪은 뒤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처럼 독일을 고립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ECSC를 근거로 독일과 함께 군수물자의 핵심 자원인 석탄, 철강을 공동으로 생산했습니다.
이 시도에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가 합류했고 훗날 유럽연합(EU)의 모태가 됐습니다.
부르스&바자재단의 대표 에스판디아르 바트만겔리드즈는 신문에 "해양 안보, 환경 보전을 위해 이들 국가(걸프 해역 8개국)가 명목상 수수료를 집행하는 세상조차 상상할 수 없다면 지속가능한 역내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 과연 존재하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통합을 이뤄내려면 상충하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역사적 숙원 등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지만 무력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강제로 열어 보려는 현재의 대안 역시 만만치 않은 난제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조 바이든 정부의 국방부 차관보였던 마라 칼린 존스홉킨스대 안보학 교수는 해협 재개방을 위한 기뢰 제거 작업은 매우 더디고 고된 작업이고 이에 투입되는 미군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휴전이 선결 조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호르무즈 해협은 단 한 발의 기뢰만으로도 재봉쇄할 수 있고 그간 이란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무장 고속정 작전을 발전시켜 더 민첩하게 해협을 봉쇄할 역량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런 이란의 역량을 무력화하려면 2천여㎞의 이란 남부 해안선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야 합니다.
부르스&바자재단은 이런 현실을 지적하면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제벨알리항구 등 걸프 해역의 대형 항구들이 이미 선박에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점을 들어 초국가적 기구에 유사한 권한을 부여하고 수익을 분배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합리적인 단계로 이 수역을 자주 오가는 초대형 유조선 600척을 포함해 매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초대형유조선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실제로 이런 초대형유조선이 해양 오염을 유발하고 유조선 운항사 입장에선 호르무즈 해협 수수료가 미미하다는 겁니다.
이런 제안이 현실화하는 데 관건은 미국과 이란의 동의 여부입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달 10일 이 보고서를 전재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물동량 및 에너지 수송로가 아니라 지역 협력의 기회"라며 "적절히 관리된다면 그 경제·재정적 이익은 지역 국가 사이에 더욱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다"는 시론을 내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무료 개방'을 주장하다가 돌연 화물 가치의 20% 수수료를 제안했다 철회하는 등 입장이 오락가락합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분석가들은 현재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미국의 정책 목표를 꼽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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