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발주처 귀책으로 착공이 수년간 미뤄져 손해를 입었어도 계약서상 '공사 정지'에 관한 배상금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주식회사 등 원고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 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은 LH와 지난 2009년 12월 경기 화성시 국도 확장·포장 및 지하차도 공사 도급 계약을 체결했으나 LH의 사업 부지 확보 등 절차가 지연되면서 공사가 미뤄지자 이에 대한 지연배상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2010년 7월 LH의 지시에 따라 공사를 정지해 2015년 8월 재개했으므로 계약서상의 공사 정지에 따른 지연배상금 약정을 근거로 삼아 해당 기간 1천875일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계약서는 LH의 지시가 있을 경우 공사를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이때 LH의 책임 있는 사유에 의한 공사 정지 기간이 60일을 초과할 경우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소송의 쟁점은 '공사 정지'에 대한 해석이었습니다.
1심은 실질적인 착공에 이르지 못한 상태였더라도 공사가 멈췄다면 지연배상금 약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착공이 지연된 경우와 착공 후 공사가 정지된 경우 모두 수급인이 공사대금을 늦게 지급받는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은 동일하므로 해당 약정을 한쪽에만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2심은 문언적 의미를 보다 엄밀히 해석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지연배상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LH가 정지를 지시할 대상이 되는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이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연배상금 규정은 계약 당사자 일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그 적용 범위 획정에는 엄격한 해석이 요구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해당 조항은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이는 점, 착공 지연과 착공 후 공사 정지는 개념상 확연히 구별되는 점 등도 판단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이같이 판단한 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해당 조항은 문언상 공사가 착공돼 진행된 것을 전제로 했다는 점이 명백하다는 취지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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