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업급여 (자료사진)
"임금체불 상황에도 실업급여를 선택하는 순간 육아 지원이 단절됩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지원 제도'가 가장 지원이 필요한 양육자를 제도 밖으로 밀어내고 있어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7살 딸과 5살 아들을 둔 오 모(41) 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한 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막막한 처지에 놓였다며 이같이 토로했습니다.
오 씨는 회사 경영난으로 약 3개월분 임금이 체불되자 고민 끝에 지난 6일 퇴사했습니다.
당장 두 아이를 키울 소득이 끊겨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지만 오 씨는 실업급여 신청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요긴하게 썼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새 직장에서 곧바로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업과 돌봄을 지원하는 두 복지 제도가 서로 충돌하면서 정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이 오히려 근로자에게 무리한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양육을 위해 주당 근로시간을 15~35시간으로 줄여 근무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입니다.
정부는 줄어든 임금 일부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로 보전해 줍니다.
다만 이 급여를 받으려면 단축 근무 시작일 이전 고용보험 피보험 단위기간이 합산 180일 이상이어야 합니다.
오 씨 역시 전 직장에서 이 제도를 통해 매달 최대 65만 원의 급여를 지원받았습니다.
그러나 오 씨가 실직 기간 중 실업급여를 받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실업급여를 한 번 수급하면 이전까지 쌓였던 고용보험 피보험 단위기간이 모두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실업급여를 받은 뒤 새 직장에 들어가면 기여 기간이 처음부터 다시 산정되므로, 약 6~7개월 동안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지원을 신청할 수 없습니다.
오 씨가 이 지원을 중단 없이 받으려면 실직 중에도 실업급여를 포기하고 버텨야만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보호 목적이 다른 두 제도를 동일한 행정 기준으로 묶어놓아 발생한 구조적 결함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실업급여의 무분별한 반복 수급을 막기 위해 도입된 '180일 피보험 단위기간 재충족 규정'을,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에까지 기계적으로 대입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라는 설명입니다.
배가영 직장갑질119 대변인은 "실직 이후 생계 보호 목적의 구직급여와 양육 지원 목적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에 동일한 수급요건 적용은 각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배 대변인은 "특히 임금체불처럼 사업주의 위법행위 때문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구직급여를 받았다는 이유로 이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를 받지 못한다면 피해 근로자에게 이중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장미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노무사는 "반복 수급 방지와는 별개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에까지 이 지급요건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노무사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의 피보험 단위 기간 산정 시 실업급여의 180일 재충족 조항을 준용하지 않도록 예외 규정을 두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가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만큼 최소한의 수급 자격 요건으로 피보험 단위기간 180일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업급여와 단축급여의 기준이 맞물려 재취업 희망 근로자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용 양상으로 인지하고 있다"며 "추후 관련 사례를 지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