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폭염경보가 내려진 경북 경산시 한 밭에서 농민이 대파 모종을 심고 있다. 전날 경산과 포항에는 폭염중대경보가 한때 내려졌다가 폭염경보로 대체됐다.
섭 씨 40도에 육박하는 극한더위 시대가 찾아오면서 경북 농축산업 종사자들이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무더위를 피해 동트기 전부터 일터에 나와 작업을 이어갔지만, 오전에 이미 섭 씨 30도를 훌쩍 넘기는 날 씨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산시 하양읍 일대는 지난 11일 낮 기온이 39.9도까지 치솟았고, 다음 날에는 포항시와 함께 폭염중대경보가 한때 발효되기도 했습니다.
어제(13일) 오전 11시쯤 경북 경산시 한 텃밭, 이미 낮 기온이 34도를 웃돈 가운데 농민 정 모(60대) 씨는 수도에 연결된 호스를 붙잡고 대파 모종이 심어진 텃밭에 연신 물을 뿌려댔습니다.
밀짚모자를 쓰고 수건을 목에 두른 정 씨였지만 웃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습니다.
인근에서는 그의 아내가 대파 모종을 옮겨 심는 데 열심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늘 하나 없는 텃밭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맞았지만, 작업 속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정 씨는 "더워도 이렇게 더울 수가 없다"며 "밭일을 멈출 수는 없어서 중간중간 집에 가서 쉬다 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낮 더위를 피하기 위해 새벽 5시부터 나와 오전 10시에서 11시까지 일을 한 뒤 휴식을 취한다"며 "오후 4시 넘어서 기온이 조금 떨어지면 다시 밭에 나온다"고 설명하며 최근 더위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폭염 속 밭두둑이 불판과 같다면, 하우스는 그야말로 '습식 사우나'를 방불케 했습니다.
경산시 남방동 한 포도 재배 비닐하우스에서는 작업자들의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하우스 내부는 무거운 습도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숨을 제대로 쉬기도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공기 순환을 위해 곳곳에 뚫린 공간이 있어도 온도를 낮추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작업자들은 정 씨와 마찬가지로 새벽부터 일을 시작해 오전 11시 작업을 마치지만 무더위에 힘들어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레 빈 투안(25) 씨는 "베트남에서 어렸을 때부터 더위를 겪으며 자라왔지만, 최근 한국의 더위는 엄청나게 뜨겁다"며 "힘들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와 닭 등을 기르는 축산 농가 종사자들은 무더위에 가축들이 폐사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경산시 한 축산 농가에서는 내부 열기를 식히기 위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대형 팬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입구는 최근 구제역 발생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방지로 철저히 통제돼 있었습니다.
양계장을 운영하는 사장은 "7천 마리 정도 닭을 키우고 있는데, 그저께(지난 11일) 폭염 때문에 100마리 정도 죽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루 종일 양계장 주변으로 차가운 지하수를 퍼 올려 분무하고 대형 팬을 돌리며 더위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근 축사에 있는 젖소 20여 마리는 그늘에서 축 늘어진 모습으로 주저앉아 더위가 물러가기만을 기다리는 듯했습니다.
이곳에도 천장 곳곳에 달린 대형 팬이 연신 돌아가고 있었지만, 극한 더위와 함께 찾아온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습니다.
복숭아 농장 설치를 위해 야외에서 일하는 이들은 뙤약볕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농민들은 모자와 토시 등으로 온몸을 감싸 햇볕을 이겨내려 했습니다.
조끼 주머니에는 얼음팩을 넣어 체온을 낮추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복숭아 농장주 배 모(62) 씨는 "오늘은 좀 늦었는데 너무 더워서 조금만 하고 가려고 한다"며 "앞으로는 오전 9시 이전에 일을 끝내고 가야 할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경산시 진량읍 한 갈아엎어진 텃밭에서는 고령 어르신이 홀로 뙤약볕을 맞으며 남아있는 파를 뽑고 있었습니다.
온열질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관계 당국의 세심한 현장 관리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이 어르신은 취재진의 만류에도 "집에 있으면 몸이 쑤셔서 더 아프다"며 "조금만 더 있다가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경북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영덕 37.1도, 경주·포항(기계) 36.3도, 경산(하양) 36.1도, 울진(소곡) 35.4도, 영천(신녕) 35.1도, 김천 35도 등입니다.
대구 신암동 낮 최고기온은 36.3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예보돼 있어 오후 들어 기온은 점차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구와 경북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돼 있습니다.
나머지 문경, 영주, 안동 북서부, 영양 평지, 울진 평지, 울릉도·독도 등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 발생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입니다.
폭염은 온열질환을 직접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호흡기질환, 신장질환 등 기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폭염 시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중단하고, 밖에 있더라도 시원하고 그늘진 곳으로 이동해달라고 강조합니다.
또 갈증 유무와 관계없이 규칙적으로 물을 자주 마시는 등 체내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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