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골목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
"요새 맨날 푹푹 쪄. 아무리 더워도 일은 매일 해야지…"
어제(13일) 오후 2시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골목 인근에서 이 모(81) 할머니는 강하게 내리쬐는 햇살 아래에서도 꿋꿋이 폐지를 주웠습니다.
이곳의 기온은 32.8도, 체감 온도는 33.6도까지 치솟았습니다.
할머니를 도와 폐박스를 정리한 지 10분 만에 땀이 비 오듯이 흘러 숨도 쉬기 어렵습니다.
할머니는 "더우니까 저기 그늘로 가"라며 거듭 손사래를 쳤습니다.
할머니는 매일 오전 7시부터 12시간 동안 폐지를 줍습니다.
그는 "한 구루마(리어카)를 가져가도 4천∼5천 원밖에 안 준다"면서도 중간중간 땀을 닦아가며 박스를 접어 차곡차곡 수레에 쌓았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뒤 20년째 폐지를 주웠다는 이 씨는 "난 구청에서 돈도 안 나온다"며 "돈 벌어야지 뭘 또 쉬냐"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낮 동안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안전안내 문자도 발송됐지만, 생계 때문에 일을 놓을 수 없는 '야외 노동자'들은 그늘 한 점 찾기 어려운 아스팔트 위에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게 외부 가판대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찐 옥수수를 팔던 한 상인은 "안 덥다고 그러면 거짓말"이라며 붉어진 얼굴에 연신 손부채질했습니다.
횟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땀으로 머리가 젖은 채 횟감을 손질했고, 노점상들도 의자에 앉아 미지근한 선풍기 바람으로 열을 식혔습니다.
근처 골목에서 공사 중인 건설 노동자들도 중간중간 생수를 들이켰지만, 더위에 지친 모습입니다.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던 한 인부는 '덥지 않냐'는 질문에 "나는 일하는 사람인데 일해야지"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다시 사다리를 올랐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심 구석구석을 누벼야 하는 배달·택배 노동자들에게도 여름 날씨는 가혹했습니다.
배달 노동자들 헬멧 아래로는 빨갛게 익은 얼굴이 보였습니다.
이들은 잠시 정차하는 동안 연신 땀을 훔쳤습니다.
도로 한쪽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우편물을 정리하던 집배원 이 모(31)씨도 "힘든데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며 움직였습니다.
그는 "오늘 안 하면 내일 해야 하는 거고, 등기는 내일로 미룰 수도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는 "원래 여기도 그늘이 있었는데 가림막이 사라졌다"며 "보통 2∼3군데 배달이 끝날 때마다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아서 쉰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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