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AFTER 8NEWS] "축협 회장은 누가?" "차기 감독은?"…위기의 한국 축구, 살 길은? / SBS / AFTER 8NEWS / 이정찬 스포츠취재부 기자

00:00 인트로 
00:58 분노의 에너지...폭풍 속 위기의 한국 축구 
02:58 신중하고, 차분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북중미 월드컵이 이제 4강으로 압축된 가운데 한국 축구엔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빠르게 돌아간  '한국 축구'의 시계부터 잠깐 돌려보겠습니다. 지난 6일, 13년간 축구협회를 이끌어온 정몽규 회장이 물러났고, 같은 날 오후 K-축구 혁신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정부 주도로 축구계, 나아가 체육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대한축구협회의 혁신을 이끌겠단 취지입니다. 자동적으로 축구협회는 차기 회장 선거 체제에 돌입했고요, 동시에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는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계원/민주당 의원 : 정몽규 전 회장, 홍명보 전 감독, 이임생 전 이사 등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이 줄줄이 사임하고 외국으로 도피하는….]

[이재정/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 7월 22일 수요일 오전 10시에 청문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의 없으십니까?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1. 분노의 에너지...폭풍 속 위기의 한국 축구 
한국 축구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그 동력도 어느 때보다 강력합니다. 충격적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에서 패배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한국 축구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한 결과라는 지적입니다. 이 치명적 결함을 지난 3년간 줄기차게 지적했는데도 끝내 이런 결과를 맞았다는 데서 팬들의 분노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축구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고, 여기서 한 발만 잘 못 디뎌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게 뻔한 상황입니다. 현재로선 우려가 더 큽니다. 최근 선수들을 국회 청문회에 부르려다 철회한 일이 대표적입니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헌법기관엔 '축구협회'를 감시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전례를 보면 구조적 문제를 밝혀내, 바로잡기보단 '고성'과 '면박주기' 난무하는 이른바 '정치쇼'가 펼쳐졌던 게 현실입니다. 전문성과 현장성이 현격히 떨어진 질문은 국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뿐입니다. 1966년 이탈리아가 그랬고, 2010년 프랑스도 그랬습니다. 월드컵 실패의 원인을 국회가 규명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론 자국 축구의 상처를 덧나게 했던  과거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이번 만큼은 부디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랄 뿐입니다. 혁신위의 행보도 아슬아슬합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첫 회의에 앞서 자신의 공동위원장 자리를 유승민 체육회장에게 넘기는 모두 발언으로 혁신위 첫 발을 뗐습니다.

[최휘영/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수락해 주실 거죠? (네.) 그러면 저는 위원장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정부의 간섭을 엄격히 금지한 FIFA 정관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이는데, 축구 협회의 의사 결정 시스템, 거버넌스를 개혁하는 과정에 정부의 의중이 반영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당장 선거법 개정이 그렇습니다. 혁신위는 기존의 100~300명의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간접선거 방식으론 다가올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하려는 건데, 그러려면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의 선거 규정이 먼저 개정되어야 하고, 이에 따른 축구협회 개정안이 FIFA의 정관이나 규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신중하고 또 정교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사실상 '직선제'를 주문한 가운데 혁신위가 어떻게 이 숙제를 풀지가 관건입니다. 축구협회 등록 인원은 10만명을 훌쩍 넘습니다. 직선제를 할 경우 종로구청장 선거와 유사한 규모로 비용만 수십억 원이 듭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 : 체육관을 한 100개나 이렇게 나눠서 한다고 그러면 수십 억 원이 들 수도 있는 상황이라서 어떻게 이 비용을 댈지부터가 고민이겠죠.]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협회의 현실과 또 그 역량을 볼 때 선거 외에 다른 업무는 손도 대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등록인원 대부분이 생활체육인인데, 정작 우리가 바꾸려는 시스템은 주로 엘리트 체육에 관한 부분이어서 선건인단을 얼마나, 또 어떻게 늘릴지 결정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걸로 보입니다.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가 직선제로 전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이미 결론 내렸던 상황에서 국민과 정부를 만족시키고, 또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하는 '난제'가 혁신위 앞에 놓여있습니다. 차기 감독 선임 과정 역시 '산 넘어 산'입니다. 혁신위가 감독 선임 문제는 전력강화위원회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전강위가 어느 정도 권한을 갖고, 어디까지 책임질지는 거버넌스 구조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어서 완전히 따로 떼서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9월 말부터 3주에 걸친 A매치 기간이 있는데, 이례적으로 길어진 이 시간을 임시 감독 체제로 보낼 건지, 만약 정식 감독을 선임하게 된다면 현재 회장 직무 대행체제에서 결정한 사안을 차기 집행부가 연속성을 갖고 끌고 갈 수 있을지 보다 디테일하게는 계약 규모와 기한은 어느 정도로 정해서 협상에 임할 건지, 여기에 내년 1월에 열리는 아시안컵을 중간 평가 무대로 삼는 건 과연 현실적일지 후보자 선정 작업에 앞서 전강위가 고민 중인 것들만해도 이렇게 쌓여있습니다.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눈치만 보면서 진행하다가는 지난 4년의 혼란만 반복하게 될 게 뻔합니다.

2. 신중하고, 차분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우리는 배울 수 있습니다. 경기력을 올리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유소년 현장에 대한 분석을 철저하게 진행한 뒤, 이를 토대로 육성법과 제도, 정책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2000년 유럽 선수권에서 개최국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벨기에는 이후 2년 동안 유소년 축구 분석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렇게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세웠고, 그 결과가 더브라위너를 필두로 한 '황금 세대'의 출현입니다. 감독을 잘 뽑으려면 협회의 의사 결정 구조를 분명히 정립해야 합니다. 전력강화위원회의 권한은 어디까지인지, 단순한 자문 기구인 건지, 또 협상의 마무리까지 맡긴다면 과연 조건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건지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회장을 잘 뽑으려면, 선거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중요한 게 또 있습니다. 선거 제도가 아무리 민주적으로 바뀌어도 적임자가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누가하든 욕 먹는 자리라며 물러서기 보단한국 축구를 향한 책임감과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2014년, 브라질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4강에서 독일에 7대1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합니다. 이른바 '미네이랑'의 비극입니다. 이 경기 직후 영국의 공영 방송 BBC와 인터뷰에 나선 전 브라질 대표 출신 주니뉴 파울리스타는 참담한 패배를 위로하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나는 축구를 좋아해요. 이건 축구가 원하는 결과입니다. 우리는 지금부터 차분하고, 냉정하게 브라질 축구에 어떤 잘못이 있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오늘 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유소년 교육과 현재 우리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방법에 분명히 잘못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슴 아프지만 우리 역시, 축구가 원하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부디 차분하고 냉정하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분명하게 우리 문제를 풀어나가야할 시간입니다.

(취재 : 이정찬,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황세회·박우진,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