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기
최근 SBS 보도를 통해 장윤기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경찰이 상대적으로 형량이 가벼운 '일반 살인죄'를 적용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추가 증거를 확보한 후 형량이 더 무거운 '강간 살인죄'로 기소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장윤기가 상대적으로 혐의에 대해서만 재판을 받을 뻔한 셈입니다.
둘째,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피의자 부모가 증거를 인멸할 수 있도록 수사 내용을 유출한 정황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보완수사가 폐지되어서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기록에만 근거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거나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면, 경찰의 증거인멸 정황은 영영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입니다.
보완수사 요구만으로 장윤기 사건 해결 가능하다?
장윤기 사건 관련 보도가 이어지던 지난 9일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TF(이하 '민주당 TF')가 발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도 이런 논리가 관철돼 있습니다. 개정안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보완수사 요구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개정안 발의를 발표하는 자리에 나온 민주당 의원들도 검사의 보완수사와 장윤기 사건은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보완수사 요구 강화 방안, 장윤기 사건에 대입해서 검증한다면…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우선 개정안에 포함된 보완수사 강화 방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해당 조항들이 존재했다면 검사의 보완수사 없이 보완수사 요구만으로 장윤기 사건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처 가능했을지 구체적으로 검증해 보겠습니다. 결론에서는 검증 결과를 요약한 후, 형사사법제도 개혁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한 제 생각을 밝히겠습니다.
민주당 TF가 제시한 보완수사 요구 강화 방안의 내용
첫째,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경우 보완수사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사법경찰관에게 부과한 것입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해(제197조의2 ②)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해당 조항에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한"이라는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이에 따라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를 하면 이유와 관계없이 사법경찰관은 반드시 보완수사에 착수해 결과를 통보하도록 규정됐습니다.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를 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이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비판을 고려한 방안입니다.
둘째, 사법경찰관이 보완수사를 완료해야 하는 마감시한을 최장 2개월로 규정했습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보완수사를 완료해야 하는 기간은 3개월입니다. (형사소송법에는 명시적 규정이 없지만, 관련 대통령령에 3개월로 규정.) 그러나 개정안은 사법경찰관은 1개월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하며, "검사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해 보완수사 기간을 1개월 연장할 수 있도록 기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완수사 기간은 최장 2개월이 됩니다. 검사가 긴급성 등을 고려해 보완수사를 완료해야 하는 기간을 특별히 더 짧게 정해서 보완수사 요구를 할 경우, 사법경찰관이 검사가 정한 짧은 기간 내에 보완수사를 완료해야 한다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보완수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을 반영한 방안입니다.
셋째,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검사가 사건 담당 사법경찰관의 교체를 경찰에 요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도 사법경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검사가 직무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있습니다. 개정안은 여기에 "교체" 조치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덧붙인 것입니다.
넷째, 수사를 최초로 담당했던 특정 수사관서에서 보완수사 요구를 적정하게 이행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 각급 공소청(검찰 폐지 후 검사들이 근무하게 될 기관)의 장이 보완수사를 담당할 다른 수사관서(다른 경찰서 또는 중수청 등)를 지정해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장윤기 사건처럼 최초 사건 담당 수사팀 경찰관의 비위 정황이 포착되는 경우 다른 경찰서 등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다섯째, 검사의 시정조치 요구 절차가 달라졌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있는 "시정조치 요구"는 검사가 사법경찰관리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수사권 남용 사실이 있다는 신고를 받거나 해당 사실을 인식하는 경우 수사 기록을 송부받아 검토한 후에 문제점을 시정하도록 경찰에 요구하는 절차입니다. 만약 시정조치 요구 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검사가 경찰로부터 사건 자체를 강제로 송치받아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지금의 형사소송법에는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의 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기 때문에 검사의 시정조치 요구를 경찰이 이행하지 않더라도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아(송치받아) 직접 수사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서는 시정조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은 후, 직접 수사하지 말고 다른 수사관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덧붙여, 개정안에서는 검사에게 사법경찰관리의 수사권 남용 등을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을 "고소인ㆍ고발인ㆍ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으로 구체화했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누가 신고를 할 수 있는지는 명시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검사의 보완수사 없이도 이와 같이 강화된 보완수사 요구 권한만으로 장윤기 사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검증해 보겠습니다. 검증은 개정안에 포함된 보완수사 요구 권한 강화 방안을 장윤기 사건의 구체적 상황에 대입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검증 1: 보완수사 이행 의무 조항 있어도 장윤기 사건 해결 불가능
검증 2: 다른 경찰서에 요구하는 방안도 장윤기 사건에서 실효성 없어
지금의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은 구속 후 10일 내에 수사를 마치고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 하며, 검사는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원칙적으로 10일, 판사가 연장을 허가할 경우에 총 20일 동안 구속 상태로 피의자를 수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의 구속 사건 처리 기간은 줄어듭니다. 구속 사건을 맡은 검사는 송치 후 10일 이내에 구속기소하거나 피의자를 석방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개정안 내용을 장윤기 사건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장윤기에게 일반 살인죄만 적용한 경찰 수사 결과를 송치받은 검사가 증거를 추가 수집하면 강간 살인죄 적용도 가능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자세히 뜯어보다가 경찰이 증거를 고의적으로 누락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포착했다고 합시다. 하지만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고의적으로 증거를 누락 또는 인멸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찰 수사팀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는 최초 경찰 수사팀이 소속된 경찰서가 아닌 다른 경찰서에 강간살인죄 등과 관련된 증거 등을 추가 수집해 달라는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살인죄는 중수청 수사 대상이 아니므로 중수청에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검사 구속 기간입니다. 살인범인 장윤기를 기소하기 전에 석방할 것이 아니라면, 10일 안에 다음의 4가지 과정이 모두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 검사가 송치된 수사 기록을 정밀하게 검토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2. (최초 수사 경찰서가 아니어서 사건 관련 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수사 기록을 보내고,
3.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다른 경찰서'는 기록을 검토해 사건을 처음부터 파악한 후, 관련자 재조사 및 추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추가 수집해 보완수사를 완료한 다음, 숫사 결과를 반영한 기록을 다시 검사에게 보내고,
4.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검사는 보완수사 결과가 강간살인죄 적용 등을 위해 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장윤기를 구속 기소한다.
그러나 위의 4가지 과정이 개정안에 따른 검사 구속 기간인 10일 이내에 모두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검사가 기록을 정밀하게 검토해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보완수사 요구를 하면서 수사 기록을 다른 경찰서로 보내는 과정과 보완수사 완료 후 기록을 돌려받는 과정에도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며, 사전 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경찰서 수사관들이 관련자 등을 다시 조사하거나 압수수색해서 추가 증거를 찾아내는 것 역시 매우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어렵게 보완수사를 마치고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하더라도 검사가 추가 보완수사 요구가 필요 없다고 여길 정도로 완성도가 높을 가능성도 낮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검사가 2차례, 3차례에 걸쳐 보완수사 요구를 할 만한 시간도 없습니다. 게다가 최초 경찰 수사팀의 증거 인멸 정황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를 한 경우, 같은 경찰 조직에 소속된 다른 경찰서 수사팀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의욕적으로 이행할지도 의문입니다. 따라서 개정안에 규정된 검사 구속 기간 10일 안에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경찰 수사팀이 고의적으로 누락하거나 은폐한 강간살인죄에 대한 증거를 추가 수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구속사건, 특히 장윤기 사건 같이 중대 강력범죄 구속 사건에서는 최장 2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완료해야 한다는 규정이나 긴급한 경우 보완수사 기간을 짧게 지정할 수 있다는 규정 역시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속 피의자를 석방할 것이 아니라면 검사는 최소한 7-8일 이내에 보완수사를 완료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고, 중대 범죄일수록 그 기간 내에 보완수사를 효과적으로 완료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검사의 구속 기간을 10일보다 길게 하기도 어렵습니다. 검사의 수사권한이 폐지된다면 수사도 하지 않는 검찰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 두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검증 3: 담당 경찰관 교체 요구 역시 실효성 없어
이 절차가 이용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검사가 경찰에 징계를 '요구'만 할 수 있을 뿐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담당 경찰관의 잘못이 너무나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검사의 요구를 받아 자기 기관 소속 경찰관을 징계할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수사 지연 우려입니다. 현행 제도에 따라 담당 경찰관의 직무배제를 요구하거나 징계를 요청해서 수용될 경우 담당 경찰 수사관이 교체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새로 배정된 경찰 수사관은 처음부터 다시 사건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지연을 감수하면서까지 실제로 이행될지도 알 수 없는 직무배제 또는 징계 요구를 하는 검사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미 존재하는 직무배제 또는 징계 요구 권한에 "교체" 요구 권한을 더한다고 하더라도, 이 절차가 현실에서 사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는 최초 수사관서가 아니라 다른 수사관서를 지정해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게 되는데, 담당 경찰 수사관 교체 요구는 이 조항과 중복된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검증 4: 시정조치 요구는 강화됐다고 보기도 어려워
검사의 시정조치 요구 권한을 장윤기 사건에서 사용할 수는 있었을까요? 개정안을 기준으로 보면, 시정조치 요구는 수사 과정에서 사법경찰관리의 "법령위반,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실"에 대해 검사에게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측이 신고하는 경우(또는 신고가 없어도 검사가 이런한 사실을 인식하는 경우) 진행될 수 있는 절차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의자 장윤기를 제외하고는 경찰의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을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상 없습니다. 장윤기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숨겨주거나, 증거인멸을 할 수 있도록 수사 내용을 알려준 경찰의 행위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문제제기를 할 리는 없습니다. 따라서 인권침해나 현저한 수사권 남용에 대한 신고 가능성은 없습니다. 또 하나의 신고 가능 요건인 "법령위반"에 대해서는 피해자 측이 신고할 수 있지만, 실제 장윤기 사건 수사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 측은 수사팀의 증거인멸이나 공무상 비밀 누설 정황에 대해 인식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시정조치 요구의 전제가 되는 신고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웠던 셈입니다. 설사 피해자 측의 신고 없이 검사가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더라도, 시정조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경찰에 대해 검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다른 경찰서를 지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뿐입니다.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장윤기 사건처럼 긴급하고 중대한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 사건에서도 시정조치 요구는 좀처럼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송치 사건(경찰이 검사에게 송치한 사건) 수 대비 검사의 시정조치 요구 비율은 2025년 기준으로 0.19%에 불과합니다. (2021년 0.33%, 2022년 0.32%, 2023년 0.23%) 결국 시정조치 요구는 개정안을 통해서 강화됐다고 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장윤기 사건에서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고, 통계를 살펴보면 장윤기 사건 같은 중대 범죄가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유의미하게 사용되기 어려운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검증 결과: 보완수사 요구만으로 장윤기 사건 해결 불가능
사실상의 '검찰 민영화'…마지막 동아줄 끊는 일이 될 것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악화된 형사사법 절차의 문제가 검사 보완수사 존치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검사의 보완수사를 폐지하는 것은 그나마 체제를 지탱하던 동아줄을 끊어버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정치적 양극화와 사법적 이슈의 정치화가 극심해진 우리 사회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형사사법 절차에 관여하는 대다수 실무가들이 정치적 성향과 관계 없이 공통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이런 일을 추진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형사소송법 개정에 참여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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