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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소리E] "한국이 거짓말했다"는 미국 쿠팡 보고서…308개 각주를 뜯어보니 드러난 것

"한국이 거짓말을 했다. 미국 시민이 협박당했다." 미 하원 공화당 보좌진들이 내놓은 이른바 '쿠팡 보고서'가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제목부터 "경쟁을 거부하는 나라: 미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입니다. 제목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 괴롭혔다, 압박했다, 협박했다, 한국은 늘 이런 식이었다"는 감정적이고 날 선 표현들로 가득합니다. 단지 '시애틀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인 쿠팡을 옹호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현재 미국 여당 (또는 최소한 그 안의 일부 세력)이 한국과의 통상 무역에 대해서 갖고 있는 피해의식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차별적 행태 때문에 모든 미국 가정이 평균적으로 570만 원 상당의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는 계산까지 들어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 정부가 충실하게 소통해 왔다는 우리 입장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외교문서는 아닙니다. 공화당의 공식 의결 보고서도 아니고, 보좌진들의 실무 보고서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백악관은 "어떤 합리적인 기준으로 봐도 쿠팡은 한국 정부의 표적이 됐다... 미국 기업들에 대한 차별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쿠팡의 입장만 반영된 이 보고서를 미국 정부가 그대로 수용하는 기조가 나타나고 있단 겁니다.

쿠팡은 2025년 초 이후 올 1분기까지 미국에서 우리 돈 50억 원이 넘는 규모의 로비 활동을 해온 걸로 집계됩니다. (LDA 집계) 정치인들에게 후원한 돈만 같은 기간에 4억 8천만 원 상당입니다. 이 보고서가 나온 미 하원 법사위의 스콧 피츠제럴드 소위원장에게 지난 1월 1천 달러를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쿠팡이 단지 '미국 기업'일 뿐만 아니라 미국 정가에서 막강한 '로비 존재감'을 자랑하는 회사란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을 관리하는 운용사들도 트럼프 계좌에서 쿠팡에 투자해 왔습니다. 하지만 단지 이런 이유들 때문에, 미 의회에서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이 정도로 격한 표현들을 담은 보고서를 낸 것일까요? 최근 동맹국들 중에서 한국만 이렇게 강경한 어조의 보고서를 받아들었을까요?

사실 이 보고서에선 '쿠팡 옹호'를 넘어서는 더 큰 그림이 엿보입니다. 지금 미국 여당 정치인들 중 상당수가 미국 외 경제권에 요구하는 또 다른 포인트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번 '쿠팡 보고서'에 앞서서, 공화당 법사위 보좌진 보고서가 "검열, 침해, 법안 무기화" 같은 공격적인 어조로 겨냥했던 '미국의 동맹'이 또 있습니다. 그 '동맹'은 어디이며, 미국 여당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보고서는 "한국의 차별적 행태 때문에 미국이 앞으로 10년간 750조 원 상당의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고, 모든 미국 가정이 평균적으로 570만 원 상당의 손실을 보게 될 정도"라는 추산도 2번이나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산을 '공화당 보좌진' 정도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채택해 통상 정책의 논리로 삼는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정말 골치 아픈 상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추산, 도대체 뭘 근거로 나왔으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실 이 보고서는 쿠팡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좀 성글고 감정적인 논리들로 가득합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개가 ('쿠팡 옹호'를 떼놓고 봐도)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이 안에 담긴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정서'는 비단 '쿠팡 사태'로 인해 어제오늘 자리 잡은 수준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최대한 국익을 보호하면서, 미국 정가에 '근거가 명확하고 부드러운 설득'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걸 새삼 보여줍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가짜 정보를 퍼뜨렸다, 거짓말을 했다"는 결론을 이 보고서가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최근 미국 정가에서 '거친 표현'들이 전에 없이 쏟아지고 있다지만, 이건 그중에서도 상당히 수위 높은 비난이라고 봐야 할 수준입니다. 미 여당의 실무진들이 한국 정부와 쿠팡의 정면 배치되는 입장 가운데 쿠팡의 주장만 전면적으로 받아들여 동맹인 우리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는 인식을 형성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우리가 조속히 나서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입니다.

단순히 '쿠팡'이라는 기업을 넘어 우리가 이번 보고서에서 읽어야 할 미국의 속내, <똑소리E>에서 권애리 기자가 똑!소리나게 짚어드립니다.


1. 쿠팡만 줄줄이 인용하더니.. "한국이 거짓말했다"
2. 한국 정부 출처 각주 '단 2개'... 그마저도?
3. 쿠팡의 전방위 로비, 그리고…
4. "한국 때문에…" 근거가 뭐지?
5. "한국의 미국 기업 차별" 뿌리 깊은 '반감'
6. "한국이 거짓말" 결론, 바로잡아야

(취재 : 권애리, 촬영 : 박우진·차승환, 구성 : 정서우, 편집 : 채지원, 디자인 : 채지우, 인턴 : 김혜원, 제작 : 지식콘텐츠IP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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