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중국이 깎아내린 일본의 '희토류 재활용' 사업
02:39 중국이 비판하는 이유는?
04:59 우리나라는?
1. 중국이 깎아내린 일본의 '희토류 재활용' 사업
안녕하세요, 이번 7월부터 베이징 특파원으로 온 광물에 관심이 많은 최고운 기자입니다. 지난 주말, 중국의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게 바로 그 기사인데요. 베이징 첨단기술연구소 소장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벌써 제목에서부터 “에어컨 유닛에서 희토류 광물을 재활용하려는 일본의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 그리고, 오히려 약점을 드러낸다” 이렇게 못박았습니다. 일본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게 제목에서부터 느낌이 옵니다. 이 기사가 다루고 있는 건 일본의 미쓰비시 전기가 보도자료를 내고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언론이 보도한 ‘희토류 재활용’ 사업입니다. 이게 그 보도자료인데요, 일본이 최초로 폐가전에서 희토류를 캐내서 자사 제품에 다시 투입하는 이른바 '완전 순환형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겁니다. 중국이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이유로 희토류 관련 기술과 품목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현재 일본의 고성능 영구 자석 공급망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게 일본의 대형 가전 및 방산 기업인 미쓰비시 전기입니다. 미쓰비시 전기는 신에츠화학, 에코어드밴스 같은 소재·정제 전문 기업들과 손을 잡고 일본 국내에서 완결되는 '자가순환(Closed-loop) 리사이클'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구체적인 과정은 이렇습니다. 일단, 미쓰비시 전기의 협력사가 가전재활용법에 따라서 수거된 폐에어컨 실외기에서 핵심 부품인 '압축기(Compressor)'를 분리합니다. 그럼 다음 단계로, 에코 어드밴스라는 회사가 분리된 압축기 내부 모터에서 고성능 자석을 안전하게 떼어내고요, 세 번째 단계로 일본의 대표 화학기업인 신에츠화학이 이 자석을 녹여서 그 안에 포함된 네오디뮴 같은 4개 핵심 희토류 성분을 깨끗하게 분리하고 또 정제해 냅니다. 그럼 다시 미쓰비시 전기가 이렇게 되살린 희토류를 가지고 새 에어컨을 만드는 게 이 계획의 골자입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쓰비시 전기는 이 기술을 통해서 에어컨 제조에 필요한 특정 희토류 수요의 무려 35%를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잘만 된다면, 땅을 하나도 파지 않고 폐가전에서 중요한 자원을 캐내는 '도시광산'의 이상적인 모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할 혁신적인 돌파구다" 이렇게 자축을 했습니다.
2. 중국이 비판하는 이유는?
하지만 중국의 글로벌 타임스는 아주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이 희토류 재활용 사업을 바라봅니다. 물론 근거가 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중국은 ‘가성비’를 지적합니다. 에어컨 한 대당 나오는 희토류의 양은 수g에서 수십g에 불과합니다. 이를 수거하고, 뜯고, 또 화학적으로 정제하는 비용은 중국에서 가공된 광물을 수입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싸겠죠. 그래서 글로벌 타임스는 "이러한 방식이 대량 생산 체제에 적용되기 어렵고, 시장 전체의 판도를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두 번째는, 희토류 채굴'과 '정제'를 아우르는 중국의 자신감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 사용할 수 있게 가공하는 '정제(Refining)' 단계의 공급망을 90% 이상 장악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환경오염 비용과 인건비를 감당하며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아 올린 생태계입니다. 일본이 에어컨 몇 대를 재활용하는 수준으로는 중국이 구축해놓은 거대한 희토류 생태계의 단가를 절대 따라올 수 없다는 계산이 이 기사에 깔려있습니다. 견제 의도도 보입니다.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미쓰비시 전기는 민간 가전제품만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전투기, 미사일, 레이더 같은 걸 제조하는 일본의 핵심 방산기업이죠. 중국은 일본이 '민간 재활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실제로는 군사·안보적인 자급자족 능력을 키우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용 대비 효과는 적은 재활용 사업이다, 에어컨에서 아무리 희토류를 캐도 경희토류만 나오지 중희토류는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말로 압박하는 것입니다.
[한요셉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박사 : (그럼 중희토류는 어떻게 구해야 돼요?) 중희토류가 저희도 연구원에서 (연구)하고 있는데, 굉장히 어려워요. 시료를 얻는 것도 굉장히 어렵고요. 거래를 안 해요. 그리고 외국하고 하다 보면 사기당하는 일도 꽤 많아요. 원광이라고 해서 1톤씩 500kg씩 사서 분석해 보면 거의 없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데서 오는 것보다는 일단은 제일 많이 저희가 지금 하는 거는 풍력이나 전기차나 전기차나 아니면 이제 피지컬 AI 들어가는 이런 삼단 모터에서 중희토류가 좀 쓰이거든요. 중희토류는 정말 일본 중국이 꽉 잡고 있는 건 맞아요.]
3. 우리나라는?
일본의 이런 힘겨운 자급 노력과 이를 냉정하게 누르려고 하는 중국의 자원 패권 경쟁은, 우리나라에 매우 중대한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지질자원연구원 한요셉 박사에게 문의를 해봤는데요, 가성비만 놓고 따지면 중국의 말이 맞지만, 이런 사업은 투입 비용 대비 결과를 보고 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평상시에는 폐가전 재활용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고 효과도 미미할 수 있겠지만 외교적 갈등이나 전시 상황으로 공급망이 완전하게 마비되면, 돈을 아무리 줘도 자원을 구할 수가 없죠. 그래서 일본처럼 지금 비용이 들더라도 핵심 자원의 일정 비율은 폐기물에서 자체 순환시킬 수 있는 기술적 기반과 또 '도시광산 생태계'를 미리 만들어 두어야 국가적 인질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한요셉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박사 : 중국이 아닌 나라들이 이제 확보 차원에서 하는 거지 중국이 예를 들어서 장난치거나 이럴 때는 자기네들이 비축관 때문에 지금 하는 거지 사실은 산업을 중국을 이기려고 하는 사업이 아니예요. 중국 입장에서는 그렇게 얘기하는 게 맞는데 중국은 워낙 단가가 싸고 광석도 잘 나오니까 본인들은 그렇게 얘기하지만 약소국들은 안 할 수가 없는 거죠. 갖고 있어야 되니까.]
광물을 들여오는 만큼 중요한 게 그걸 산업의 각 분야에서 나눠 쓸 수 있게 하는 원천 기술입니다. 일본이 중국의 압박 속에서도 버텨내는 건 신에츠화학 같은 글로벌 소재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련 기술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질자원연구원 같은 우리나라 국책 연구기관들도 폐자석이나 광물에서 희토류를 고순도로 분리·정제해 내는 원천 기술을 이미 개발했습니다. 선도국인 일본과 비교해도 많이 따라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공장 규모로 키우는 이른바 '스케일업(Scale-up)'이 안 되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대규모 정련 공장을 지으려면 막대한 자본과 함께,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폐수, 환경 오염 물질을 처리할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동안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왔기 때문에, 국내에는 상업용 대규모 정련 설비가 사실 거의 없습니다. 최종적으로 영구자석을 만들어내는 기업은 있지만 허리 단계가 비어 있는 겁니다. 결국 기술이 있어도 현시점에는 중국산 원소재를 들여오거나, 일본에서 1차 가공한 반제품 형태의 원료를 수입해서 쓸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터리 리사이클, 폐모터 정제 기술 같은 핵심 소재 기술에 파격적인 투자를 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과 일본의 희토류 전쟁을 구경만 하고 있어선 안됩니다. 캐낼 자원이 없다면 기술을 광산으로 삼는 게 우리가 살아남는 길입니다.
(취재 : 최고운,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최덕현, 영상편집 : 나홍희,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AFTER 8NEWS] "희토류 재활용? 그게 가능하겠어!?"…중국이 태클 건 일본 '도시광산'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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