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참여자들의 고민은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 반도체 투톱의 역대급 호실적이 선 반영되고 있다곤 하지만, 장기 계약 등으로 이미 내년까지 수요가 단단한 흐름에서 '반도체 산업 고점'. 즉 '피크 아웃'을 우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이는데도 그 우려가 너무 빨리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과 주가 조정 기간을 거쳐, 이달 중순부터 다음 달까지 이어지는 빅테크 들의 성적표를 기점으로 하반기의 2차 상승기로 갈 것인지 여부를 가늠하는 올 여름이 될 전망이다.
3년 치 이익 한꺼번에 벌었지만..예상 밖 '셀온(Sell-on)'
사실 지난 1분기 실적도 '어닝 서프라이즈'였지만 당일 주가는 하락한 바 있다. 좋은 호재가 발생해도 매도가 나오는 시장의 '셀온'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우선 나온다. 호실적이 예상되면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른 상태였고, 그만큼 '재료소멸' 인식에 따른 차익실현 심리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증권가에선 "발표치는 전망보다 다소 잘 나온 수준이지만, 100조 원 실적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심리적으론 서프라이즈 효과가 반감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각에선 종합 IT기업인 삼성전자의 매출 구조상, 비메모리 반도체와 모바일 등 DX부문의 상대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설명도 나온다. 그럼에도 주가 하락폭이 컸던 것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의 변화 조짐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예외 없이 이어지는 외국인 매도세 때문이다.
고점 가까워졌나?..D램 독주에 견제 징후들
또 하나의 뉴스는 '메타'의 사례였다. AI 시설투자에 올인해 왔던 하이퍼 스케일러 기업이 데이터센터 '컴퓨팅' 자원 일부를 외부에 판매하는 전략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절대 부족한 상태로 인식된 AI 시설투자가 과잉 상태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메타 측에서 공식화한 방침이 아닌데도 블룸버그가 보도하면서 예상보다 큰 파장을 불렀다. 이런 우려대로 메타의 AI 컴퓨팅 용량이 남아도는 상황이라면, 메타는 엔비디아의 GPU 같은 AI가속기 칩을 더 사들일 필요가 없고,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우려와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마케팅은 아마존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하고 있는 사업이다. 막대한 시설투자를 하면서 주주들과 시장에선 투자에 따른 수익성의 현실화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기 때문에, 완성된 시설을 이용해 클라우드 서비스로 수익을 내며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이다. 메타는 그동안 다른 하이퍼스케일러들과 달리 자체 AI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컴퓨팅 인프라(데이터센터) 구축을 진행해왔는데,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진입해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한 메타 이슈는 해프닝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다시 돌아보면 애플의 중국 반도체 구매 움직임도 비싼 한국 반도체 공급을 대체한다는 엄포지만, 또 한편으론 필수적인 반도체 수급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과연 악재일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10일로 다가온 하이닉스의 美상장은 또 다른 고비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①이번 ADR 상장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 우려를 동반한다. ADR 발행 규모는 42조 원 규모인데 신주 1천7백만 주 정도로 기존 주식 수 대비 2% 정도의 주식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그만큼 투자수요가 나타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 시장에서 새로 형성될 평가와 수급 효과를 지켜봐야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②또 하나의 핵심은 미국 반도체주와 같은 시장에서 비교된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서 거래되면 마이크론, 샌디스크, 씨게이트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메모리·저장장치 기업과 나란히 평가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압도적인 밸류에이션 매력도, 이익의 규모, 기술력의 우위 등을 감안할 때 재평가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는 이제 시작..주요 변수는?
이 외에도 국내외 반도체 주식 보유자들의 차익실현 심리와,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에 주가 급락시 나타나는 반대매매, 그리고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에 따른 주식 매도 부담이 AI투자와 관련한 부정적 뉴스에 따라 산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하나의 부담은 환율이다. 계속된 원화 가치 약세는 외국인 매도세의 요인이고, 국내 금리인상 압박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예고한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차이 축소의 효과가 기대되지만, 미 연준이 금리를 서둘러 올린다면 효과가 사라진다.
여전히 견조한 '칩워'..정점은 아직 이르다
큰 줄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투자 강도의 지속성이 될 것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지난 달 800억 달러가 넘는 증자(주식발행)를 결정했는데, 그동안 여유 현금을 활용하던 패턴에서 이탈한 것으로, 빅테크 간의 AI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한 단계 더 나가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선 반도체 수요가 당분간 더 강해질 것임을 기대할 수 있지만, AI주도권의 승자와 패자가 엇갈리는 시점이 D램 수요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날레가 다가오는 것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당장 오는 16일 TSMC의 실적발표부터 MS와 아마존, 구글, 8월의 샌디스크와 엔비디아 실적발표는 반도체 고점을 예상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들이 이번 분기에도 시설투자 지출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면 슈퍼사이클은 안정적으로 이어지겠지만, 변화가 생길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이른바 반도체 랠리의 정점은 산업적으로는 이르면 내년 2027년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8년까지도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AI 주도권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 위주로 관련 인프라의 병합과 함께, 수요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시장의 정점은 이보다 선행할 수밖에 없다. 주가의 정점은 수치상으로는 내년 상반기로 예측 가능하지만, 실제 고점은 올해 하반기 10월을 대비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산업의 정점을 통해 주가 흐름을 예상하는 것이 투자자들 입장에서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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