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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덩이 커졌는지 확인도 못한다"…전력난에 멈춰선 쿠바 의료

"암덩이 커졌는지 확인도 못한다"…전력난에 멈춰선 쿠바 의료
▲ 쿠바 아바나의 한 암병동

재발한 종양 탓에 4년간 두 차례의 수술과 수십 차례의 방사선 치료를 견딘 이리스레이디스 트리스타(34)씨.

추적 관찰을 위해 3개월, 늦어도 반년 사이에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아야 하는 그는 벌써 7개월째 CT 촬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쿠바 최고의 의료 기관인 아바나 '에르마노스 아메이헤이라스' 병원의 CT가 고장 났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의료진은 전력난과 각종 기계 고장, 자원 부족 탓에 더는 재수술이 불가하다고 그녀에게 통보했습니다.

트리스타 씨는 "암이 더 커졌는지, 아닌지 지금으로선 알 방법이 전혀 없다"며 "매일 목숨이 위태롭다고 느낀다"고 했습니다.

쿠바의 자랑인 '무상 보편 의료 시스템'이 가파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압송 후 본격화한 미국의 촘촘한 봉쇄 탓에 각종 구호품과 의료 장비 부속, 전력 등이 부족해지면서입니다.

최근 AP통신에 따르면 쿠바 전역의 병원들은 주사기, 거즈, 백신, 마취제 등 기초적인 의료 소모품조차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혈액 투석기나 CT 등 핵심 의료 장비의 교체 부품도 없어 고장 난 장비들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트리스타 씨처럼 중증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쿠바 정부의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의 에너지 봉쇄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85%에 달했던 소아암 어린이들의 생존율이 불과 반년 만에 65%까지 떨어졌습니다.

아바나 국립종양 방사선 생물학 연구소에서 소아과 병동을 담당하는 전문의 요라이니 로메로는 "실제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올해만 벌써 두 명이 숨졌다"며 "이 상황은 정말 참혹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지방에서 오는 환아들의 경우는 "연료가 없어 교통편을 구하지 못해 일주일, 심지어 보름씩 치료 일정을 넘겨서 겨우 병원에 도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병원 상황은 악화일로지만, 상황은 더욱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쿠바 전력청은 6일(현지시간) 전력망이 마비되면서 쿠바 전역에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정전'이 발생한 건 지난 3월 중순 이후 약 4개월 만입니다.

가뜩이나 상습 정전 속에서 비상 발전기에 의존해 간신히 버텨오던 현지 병원들은 이번 대정전으로 최악의 의료 대란을 맞이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마리오 크루즈 페냐테 세계보건기구(WHO) 쿠바 대표는 "현재 상황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연료 부족 탓에 쿠바의 보건 의료 서비스가 매우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는 의료 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치료를 지속하는 전 과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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