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희토류 재활용 할 테면 해봐라…중국이 '평가절하'한 이유는? [취재파일]

희토류 재활용 할 테면 해봐라…중국이 '평가절하'한 이유는? [취재파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가 "Japan's plan to recycle rare earth minerals from AC units is unfeasible and reveals its weak points"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에어컨에서 희토류를 재활용하려는 일본의 계획은 실행 불가능하고, 오히려 약점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내용입니다.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희토류 회수는 일본 미쓰비시전기(Mitsubishi Electric)가 지난달 시작한 사업입니다. 미쓰비시전기는 가전뿐만 아니라 레이더, 미사일 시스템 등도 만드는 일본의 주요 방산 기업이기도 하죠. 미쓰비시전기가 폐에어컨에서 희토류를 수거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명확합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과 가공의 대부분은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전략 광물에 대한 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수입에만 의존해서는 '공급망 마비'에 대한 리스크를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폐가전에서 핵심 광물을 캐내는 '도시광산' 전략을 대안으로 마련한 겁니다.
중국의 희토류 광산
희토류 재활용 사업은 미쓰비시전기가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수거 및 해체는 미쓰비시 계열사가 맡고요, 해체된 부품에서 희토류 자석만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떼어내는 1차 가공은 협력사가 맡습니다. 일본의 화학기업이 이 자석을 녹여 네오디뮴을 포함한 고순도의 희토류 원소로 정련해 되살려 놓으면 미쓰비시전기가 새로운 에어컨 제조에 사용하는 순환 체계입니다.

상당히 짜임새 있어 보이는 자원순환 체계인데, 중국의 관영매체가 평가절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사에 등장하는 베이징 첨단기술연구소의 장샤오룽 소장은 가장 큰 이유로 '높은 비용'을 들었습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인 일본산 1마력 인버터 에어컨에는 순수 희토류 원소가 약 10.5g만 함유되어 있다고 합니다. 즉, 에어컨 한 대당 추출되는 희토류가 수십 g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본의 이런 계획은 '홍보용'이라는 겁니다. 폐에어컨을 대량으로 해외에서 들여온다고 해도 수집 및 정제 비용이 원광석을 구매하는 것보다 비싸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크다는 게 첨단기술연구소장의 분석입니다.
버려지는 에어컨서 희토류를 회수 방안 추진 중
장 소장은 에어컨에서 재활용되는 희토류는 대부분 경희토류이고, 전기차와 군사에 필수적인 중희토류는 거의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는 희토류 17개 원소를 원자번호 기준으로 나눈 건데요. 일반적으로 경희토류는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정제가 비교적 쉬운 반면, 중희토류는 더 희귀하고 분리·정제가 어려워 가격이 높고 전략적 중요성도 커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2월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심해 6,000미터 지점에서 희토류 함유 진흙을 채취하는 데도 성공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장 소장은 심해 채굴 역시 지나치게 비용이 높고 향후 10년 안에 대규모 생산이 불가능해 단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딱 잘랐습니다. 그러면서 희토류 자원은 여러 국가에 분포되어 있지만, 정제 및 가공 기술과 관련 산업 사슬 전체가 중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병목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체 자원이 있다 하더라도 완전히 독립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자신감의 발로로 보입니다.

일본의 이런 노력과 중국의 평가, 어디까지 맞을까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요셉 박사에게 물었더니 '비용' 측면에서만 보자면 중국의 평가는 맞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산업 경제 측면에서 보면 자원 재활용은 말이 안되는 사업입니다. 부수고, 분리하고 선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죠. 경제적으로 기존의 중국 산업하고 1 대 1로 대응을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경희토류보다 중희토류가 희소성이 높은 것도 사실인데, 이게 절대적으로 중국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가정용 가전을 재활용해서 얻는 거는 네오디뮴 같은 경희토류가 많고요. 원래부터 중희토류는 산업에서 엄청 조금 쓰여요. 조금밖에 안 들어가요. 피지컬 AI 들어가는 삼단 모터, 전기차 이런 곳에 중희토류가 좀 쓰이거든요. 엄청 큰 물질 만들 때 조금밖에 안 들어가니까 광석에서 뽑는 게 훨씬 나은 거죠. 중희토류는 원광부터 구하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호주에도 광산이 있는데 중희토류가 거의 없고 다 경희토류예요."

중국의 희토류 광산
그럼에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경제적인 것만 따지면 사오는 게 맞죠. (이런 재활용 사업은) 희토류가 무기 쟁점화되니까 중국이 아닌 나라들이 자원 확보 차원에서 하는 겁니다. 중국이 통제에 나설 때에 대비해 비축하려고 하는 거지, 중국을 이기려고 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중국은 워낙 단가가 싸고 광석도 잘 나오니까 본인들은 그렇게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지 않다고 얘기하지만 자원 빈국들은 안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6월 30일 일본 기업 20곳을 수출 통제 대상에, 미쓰이 E&S 등 20곳을 감시 대상 목록에 추가로 올렸습니다. 일본 기관 추산에 따르면 중국산 희토류 수입이 1년 간 전면 중단될 경우 일본의 실질 GDP는 약 7조엔, 1.3% 감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쓰비시전기는 향후 이 재활용 모델을 가정용을 넘어 상업용 시스템으로까지 확대해, 해외 의존도를 더 낮출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중국이 독점한 희토류 공급망을 우회하기 위해, 평상시 비용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국가 차원의 자원 방어벽을 세우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제조업 비중이 매우 높고, 핵심 광물 의존도가 일본보다도 심각한 우리나라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