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 재판
2023년 충북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A 군은 친구들과 함께 같은 학교 한 여학생의 얼굴을 나체 사진과 합성한 뒤 돌려봤습니다.
1년 뒤 이 사실을 알게 된 피해 여학생은 A 군과 친구들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A 군에게 5호 처분인 출석정지 3일을 내렸습니다.
이 처분에 불복한 A 군은 행정심판을 냈고, 피해 학생과의 화해 의사가 있다는 점을 참작받아 출석정지보다 한 단계 가벼운 처분인 사회봉사 10시간으로 감경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가혹하다고 느낀 A 군은 변호사를 선임해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충북 모 고등학교 재학생 B 군은 2024년 자신의 SNS에 같은 학교 선배가 딥페이크 범죄자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아무런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던 학교 선배를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낙인찍은 B 군은 결국 학교폭력으로 신고당했고, 학폭위에 넘겨져 4호 처분(사회봉사 2일)을 받았습니다.
이에 B 군은 "처분이 너무 무겁다"며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잇달아 제기했지만, 패소했습니다.
오늘(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학교폭력 처분을 둘러싼 상담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 매듭지어지던 학교폭력 분쟁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 교문 밖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법률 조언을 받으려는 이들이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학교폭력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2023년 49건, 2024년 84건, 지난해 109건으로 급증했습니다.
반면 인용률은 2023년 22.4%, 2024년 8.3%, 지난해 3.3%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행정소송 건수도 2023년 17건에서 지난해 21건으로 소폭 늘어났습니다.
법조계에선 정부가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2026학년도부터 대학 입시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면서 처분을 둘러싼 불복 절차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학교폭력 처분이 대학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처분 수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가해 행위가 비교적 명확한 사안이더라도 처분 수위를 한 단계라도 더 낮추기 위해 변호사 비용을 감수하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법률사무소 위려의 조용환 변호사는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처분 수위에 민감해졌다"며 "인용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일단 불복 절차를 밟아보자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초기 단계부터 법률 상담을 받거나 대응 방안을 문의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학 입시 영향과 함께 학교폭력 신고가 일상화되면서 행정심판 청구가 자연스럽게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과거 학교 안에서 마무리되던 갈등이 이제는 학교폭력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에 따른 불복 절차도 함께 증가했다는 분석입니다.
법무법인 법조의 조성전 대표변호사는 "대학 입시 영향도 있지만,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는 사안 자체가 늘어난 점도 행정심판 증가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학교폭력 심의가 많아진 만큼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자연스레 증가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교육 현장의 행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이 제기되면 사건 기록을 정리하고 답변서를 작성하는 등 적지 않은 행정력이 투입된다"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가량 대응해야 하는 만큼 법적 분쟁이 늘어날수록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소송 대응에 더 많은 행정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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