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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폭락에 양배추밭 갈아엎은 농민들…"이러나저러나 손해"

가격 폭락에 양배추밭 갈아엎은 농민들…"이러나저러나 손해"
▲ 양배추밭 갈아엎는 농민들

"시장에 내다 파나, 갈아엎나 손해는 매한가지여."

2일 오후 2시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의 수확을 불과 열흘 앞둔 약 5천㎡ 규모의 양배추밭 위로 트랙터 한 대가 들어섰습니다.

트랙터 운전석에 오른 농민 이 모 씨는 잠시 밭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밭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는 바퀴에 짓이겨진 양배추 잎만 나뒹굴었고, 불과 수십 분 만에 푸른빛으로 뒤덮였던 밭은 흙과 찢긴 잎만 남은 황량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농민 10여 명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습니다.

이 씨는 "애써 키운 작물을 이렇게 없애는 게 마음이 편할 리 없지만, 인건비와 운송비를 들여 출하해도 적자라 다른 선택이 없다"며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들의 현실과 설움을 알리기 위해 밭을 갈아엎게 됐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날 이 씨와 농민들이 수확을 열흘 앞두고 밭을 갈아엎은 것은 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려울 정도로 양배추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포기당 800∼900원에 거래되던 양배추 가격이 올해 500원 안팎까지 떨어졌습니다.

반면 인건비와 농자재 가격은 하루가 멀다고 치솟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입니다.

이날 모인 청주시농민회 회원들은 갈아엎기 투쟁에 앞서 집회를 열고 "양배추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 폭락과 농자재값 폭등으로 농민들의 생존권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생산량 증가와 국제 정세 등으로 가격이 내려갔다고 하락의 원인만 설명할 뿐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농산물 가격 폭락은 농민들에게 자연재해보다 더 큰 재난"이라며 "정부는 농산물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농민들은 오는 9월부터는 농산물 가격 폭락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전국적인 농민 투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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