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 지진 현장
"우리를 걱정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Gracias por tu preocupacion)."
"멀리서나마 따뜻한 포옹과 함께 베네수엘라에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Palabras Gracias desde Venezuela un abrazo desde la distancia)."
제주의 한 디저트 카페 사장이 연쇄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위해 올린 영상이 지구 반대편 누리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진심 어린 격려에 베네수엘라 현지 시청자들이 뜨거운 화답을 보내면서입니다.
제주 애월읍에서 7년째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염 모(45) 씨는 한 달 반전부터 틱톡 라이브 방송을 통해 카페 오픈 준비와 소소한 일상을 공유해 왔습니다.
그의 라이브 방송 팔로워에는 'K-문화'에 관심이 많은 인도네시아, 코스타리카, 페루, 아르헨티나 등 외국인이 많았습니다.
그중에는 늘 "베네수엘라에서 인사드립니다("Saludos desde Venezuela)"라는 댓글을 남기던 단골 베네수엘라 팔로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오전 10시쯤 평소처럼 라이브 방송을 켠 염 씨는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습니다.
매일 반갑게 인사를 건네던 베네수엘라 시청자들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황급히 뉴스를 확인한 염 씨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인근에서 규모 7.2와 7.5의 연쇄 강진이 발생해 현지 전력과 통신망이 완전히 마비된 것입니다.
이번 강진은 125년 만에 최대 규모로, 사망자만 이미 1천900명을 넘어선 상황이었습니다.
랜선 너머 친구들의 안위가 걱정된 염 씨는 평소처럼 웃으며 방송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곧바로 번역기와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서툰 스페인어로 영상 대본을 짰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카페 계정에 '베네수엘라에서 온 친구들을 위해'라는 제목의 29초짜리 짧은 영상을 게재했습니다.
"오늘 지진이 일어난 후 여러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됩니다. 당신과 가족 모두 무사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Hoy, despues del terremoto, no los veo, y estoy preocupado por ustedes. Espero con todo mi corazon que ustedes y sus familias esten bien)."
영상에는 염 씨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스페인어 자막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염 씨가 안부 영상을 올린 지 약 7시간이 지난달 26일 자정 무렵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통신이 점차 복구되면서 베네수엘라 현지 이용자들의 댓글이 폭발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muchas gracias por tu preocupacion)",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의 축복이 함께하기를(Gracias por su apoyo, Dios te bendiga)" 등 감사 인사가 마치 라이브 채팅처럼 1초에 한 개씩 달렸습니다.
하루 전만 해도 평균 5개 안팎이던 영상 댓글은 순식간에 4천500여 개로 늘어났습니다.
무려 900배 급증한 수치입니다.
영상 조회수는 19만 7천 회를 넘어섰고, '좋아요'는 4만 8천여 개를 기록했습니다.
염 씨는 이 같은 뜨거운 반응의 배경으로 중남미 특유의 솔직하고 적극적인 감정 표현 문화와 틱톡 알고리즘을 꼽았습니다.
그는 "댓글만 봐도 AI가 기계적으로 쓴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진심이 묻어났다"며 "우연히 알고리즘을 타고 베네수엘라 현지인들에게 안부 영상이 닿은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감동은 베네수엘라에만 머물지 않고 전 세계 누리꾼들에게로 번졌습니다.
염 씨가 베네수엘라 지진 긴급 구호를 위해 기부한 인증 사진을 본 인도네시아 누리꾼('rum**')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향한 행동에 감동받았다. 당신의 선행에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응원했습니다.
페루에 거주한다는 또 다른 누리꾼은 "베네수엘라에 있는 친척들이 겪는 재난을 함께 걱정하고 위로해 주어서 진심으로 고맙다"며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염 씨는 이번 일을 겪으며 '연대의 힘'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매일 소통하던 사람들의 피해에 안부를 묻고, 그분들이 위로가 됐다고 답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움직임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점을 느꼈다"며 "언젠가 베네수엘라 상황이 복구되면 영상 시청자들을 베네수엘라에서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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