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250주년 앞두고 공사판 된 '내셔널 몰'
01:00 '미스터리'와 '진실공방'으로 얼룩진 광장
02:23 새롭게 칠해진 '리플렉팅 풀', "새단장" VS "바보짓"
1. 250주년 앞두고 공사판 된 '내셔널 몰'
세계 정치의 심장부이자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워싱턴 D.C. 내셔널 몰입니다. 평소라면 전 세계 관광객들로 붐벼야 할 이 링컨기념관 주변은 지금 거대한 가림막과 요란한 공사 소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단순한 노후 시설 보수가 아닙니다. 기념관 앞 광장부터 저 멀리 워싱턴 기념탑으로 이어지는 리플렉팅 풀까지, 수도 한복판이 대대적인 성형 수술을 받는 모습입니다. 거대한 공사판의 이면에는 눈앞으로 다가오는 7월 4일, 미국 건국 250주년이라는 역사적 기념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 행정부는 수도의 얼굴을 바꾸는 '수도 미화 현대화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핵심 사업은 지난 100년간 링컨 동상을 지탱해 온 지하 공간을 약 15,000평방피트 규모의 최첨단 전시 공간으로 바꾸는 지하 박물관 개장입니다.
2. '미스터리'와 '진실공방'으로 얼룩진 광장
하지만 정작 여론의 격렬한 전쟁터가 된 곳은 지상의 광장입니다. 현장은 온통 기괴한 정치적 미스터리와 진실공방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그들은 잔디밭에 아주 커다란 글자들을 새겨 넣었죠. 아마 아실 겁니다, 그렇죠? 그리고 '86-47'이라고 적었더군요.]
최근 잔디밭에 47대 트럼프 대통령의 축출을 암시하는 의문의 숫자 '86-47'이 새겨지자 백악관은 반대파의 음모라며 급히 잔디를 파냈고, 현장엔 여전히 누런 흔적이 흉터처럼 남아있습니다. 200억 원을 넘게 들여 새로 칠한 리플렉팅 풀 파란색 방수 페인트 바닥에는 최근 수많은 칼자국과 흠집이 발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그들은 정말 끔찍합니다. 공공기물을 파손하는 범죄자들입니다. 여섯 명을 잡았다고 하던데, 아마 더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들은 리플렉팅 풀 옆면을 따라 350피트 길이에 달하는 흠집을 냈습니다.]
전문가들은 "파괴공작이 아닌 무리한 속도전이 부른 부실공사다" 이렇게 꼬집고 있습니다. 특히 어두운 파란색으로 바뀐 바닥 페인트가 수온을 높여서 개장 직후 발생한 심각한 녹조 사태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3. 새롭게 칠해진 '리플렉팅 풀', "새단장" VS "바보짓"
트럼프 행정부는 1,400만 달러가 넘는 예산을 투입해서 탁했던 풀장 바닥을 짙은 파란색, 이른바 '아메리칸 플래그 블루'로 칠했습니다. 포토맥강 건너편 알링턴 국립묘지 진입로에는 거대한 개선문까지 세울 계획입니다. 지지층은 과감한 추진력이라며 환호하지만,
[게리 워프/펜실베니아 : 손질이 필요한 상태였는데, 마침내 새단장을 하게 된 거죠.]
반대파와 문화재 보존 단체들은 격분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1963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쳤던,
미국의 양심이 깃든 역사적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리조트나 테마파크처럼
경박하게 만들어버렸다고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리오/워싱턴 : 완전히 엉망으로 해놨더군요. 이보다 더 엉망일 수는 없습니다. 돈 버리고 시간만 버린 꼴입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대사 그대로입니다. '바보는 바보짓을 한다'고요.]
웅장하고 깊은 역사의 맛을 지키려는 보존의 가치와, 화려한 성과를 내세우려는 개발의 논리. 실체 없는 칼자국과 의문의 부호를 두고 벌어지는 워싱턴의 소음은, 건국 250주년을 맞이하는 미국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깊은 분열의 소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새롭게 칠해진 리플렉팅 풀이 미국의 자부심을 비추는 거울이 될지, 아니면 일방적인 독주의 얼룩으로 남을지, 완성된 광장 앞에 설 시민들의 시선이 이곳 워싱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취재 : 이한석,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오정식, 영상편집 : 나홍희,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
[AFTER 8NEWS] '수도 성형수술' 공사판 된 워싱턴…"바보가 바보짓한다" 쏟아진 탄식 (이한석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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