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유럽연합(EU)이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물리지 않는 철강 제품 수입 물량을 46% 축소했지만, 한국은 정상외교를 비롯한 막판 협상을 통해 감소율을 19.7%로 방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산업통상부는 오늘(30일) EU 집행위원회가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하는 신(新) 철강 조치의 운영계획과 국가별 철강 쿼터 물량을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7월 1일부터 발효되는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EU 내 안보 위기의식과 역내 철강산업의 몰락 우려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번 조치로 EU의 연간 무관세 수입 물량은 기존 3천382만t(톤)에서 1천835만t으로 약 46% 줄어들었습니다.
이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는 현행 25%보다 2배 높은 50%의 관세가 적용됩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EU는 총 324만t의 한국산 철강을 수입해 아세안(514만t)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컸습니다.
3위는 미국(254만t)입니다.
반토막이 난 무관세 '파이'를 두고 전 세계 20여개 철강 수출국이 치열한 협상을 벌인 가운데 한국은 다른 국가와 경쟁 없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한국 전용 국가쿼터로 총 207.3만t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기존 한국 쿼터인 258.1만t 대비 약 19.7% 감소한 수준입니다.
EU 전체 무관세 쿼터가 반토막 난 것에 비하면 방어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세부 쿼터 배분 구조를 보면 한국은 최근 3년(2022∼2024년) 평균 EU 시장점유율이 5% 이상인 14개 품목에서 205만6천659t, 5% 미만인 16개 품목에서 1만6천342t의 전용 국가쿼터를 배정받았습니다.
여기에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지위를 바탕으로 국가 간 경쟁을 통해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공용 쿼터' 147만5천86t의 접근 권한도 확보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공용 쿼터를 적극적으로 확보할 경우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총 물량은 최대 354.8만t에 달합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공용 쿼터는 분기별로 개시되는 선착순 방식인 데다 기본적으로 전용 국가 쿼터를 모두 소진한 뒤에야 활용할 수 있다"며 "여기에 다른 변수가 많아 우리 기업이 실제로 공용 쿼터를 얼마나 가져다 쓸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산업부는 그간 제네바 실무협상은 물론 브뤼셀 고위급 협상 채널을 병행 가동하며 한국산 철강에 대한 우호적 고려를 적극 요청했습니다.
EU와 최초의 아시아 FTA 체결국이자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은 적 없는 '굿 플레이어'라는 점을 적극 부각했습니다.
한국산 고품질 철강이 EU 현지에 설립된 우리 기업의 자동차·배터리 공장에 필수 원자재로 투입돼 EU 제조업 공급망과 고용을 튼튼히 지탱하고 있다는 논리로 EU 측을 압박했습니다.
여기에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열린 한-EU 정상회담은 협상 막판에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고 여 본부장은 설명했습니다.
EU의 신철강 조치 시행을 불과 몇 주 앞두고 협상이 집중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철강 문제가 한-EU 간에 핵심 경제통상 현안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여 본부장은 "정상 차원에서 철강 이슈를 정식 의제로 직접 제기한 것은 한국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협상 막판에 정상급에서 강력한 모멘텀을 부여해 준 덕분에 EU 측의 이해도가 몰라보게 높아졌고, 이것이 실질적인 협상 진전을 이끈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여 본부장은 "이번 통상협상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투자, 고용, 산업경쟁력, 전략적 신뢰를 종합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었다"며 "앞으로도 주요국의 수입 규제 강화 흐름에 맞서 우리 기업들의 안정적인 해외 시장 접근과 국익을 위해 선제적인 통상 대응을 지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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