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공포의 4분’ 요양보호사 폭행에 숨진 치매 노인
02:02 혐의 부인했던 요양보호사, CCTV 영상 공개되자..
03:40 노인보호기관에서의 폭행, 왜 반복되나?
1. '공포의 4분’ 요양보호사 폭행에 숨진 치매 노인
지난해 11월 중순 경기도 군포시의 한 요양원에서 60대 요양보호사가 입소 중이던 80대 어르신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요양원 내부를 비추는 CCTV 영상을 보면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목을 짓누르고 몸을 무릎으로 걷어차더니, 슬리퍼로 얼굴을 때리기까지 합니다. 뺨을 때리기도 하고 팔을 뒤로 꺾거나 침대로 밀쳐버리기도 합니다, 폭행이 자행된 곳은 독실도 아닌 다인실로 아무리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이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모욕적인 폭행을 자행한 겁니다. 이 어르신은 다음 날 약속된 가족 면회를 앞두고 요양보호사가 면도를 해주려고 접근했는데 갑자기 들이댄 면도날에 놀라서 당황해 저항하자 화가 난 요양보호사가 홧김에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요양보호사는 요양원에는 자신이 때렸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폭행을 당한 어르신은 원래 면회가 예정돼 있던 다음날 숨졌는데 사인은 '외상성 경막하출혈'이라고 합니다.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뇌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인 경막 아래에 피가 고이는 일종의 뇌출혈입니다. 폭행을 신고한 주체는 요양원이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노인이 요양원 화장실에서 오래 나오지 않고 구토를 하고 또 땀을 많이 흘리자 요양원 직원들이 일단 병원으로 보내고 혹시 뭘 잘못 드셨나, 넘어지셨나 확인하려고 CCTV를 되돌려 봤던 겁니다.
[피해 노인 외손주 : (화장실에) 너무 오래 있으니까 두세 번씩 들어가서 확인을 했는데 식은땀을 너무 흘려서 요양 보호사 중에 한 분이 부축해서 (나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영상을 확인해 보니 4분간의 폭행이 있었고, 이를 확인하고 나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여기서 만약에 CCTV를 되돌려 보지 않았더라면 이번 폭행은 아무도 모른 채 알려지지 않았을 수 있었습니다.
2. 혐의 부인했던 요양보호사, CCTV 영상 공개되자..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60대 요양보호사는 자신의 혐의를 꾸준히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피고인을 처음 본 건 1심 재판 과정이었습니다. 아까 보신 CCTV 영상이 공개되기 전 요양보호사는 자신은 어르신을 때리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했습니다. 영상이 공개되자 노인이 자신을 먼저 때렸기 때문에 정당방위 차원에서 때렸다고 말을 바꿨고 끝내는 자신의 폭행과 어르신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자신이 때려서 돌아가신 게 아니라는 변명이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모든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피해 노인 외손주 : 죄송하다고 잘못했다고 빌어도 화가 나는 상황인데, 그렇게 해버리니까(부인하니까) 솔직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됐죠.]
때렸다는 사실을 입증할 명백한 물증인 CCTV가 있고 물론 노인이 중간중간 저항하기는 하지만 노인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요양보호사가 저렇게까지 노인을 폭행하는 것은 단순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고 그것을 넘어선 분풀이로 보인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노인이 사망에 이를 만한 다른 기저질환이 기존에 없었다는 점, 외상이 아니었다면 이런 '외상성 경막하출혈'이 일어날 수 없었다는 부검의의 주장, 부검 결과를 토대로 의학적 인과관계까지 법원은 모두 인정했습니다. 다만 요양보호사가 초범인 점 또 60대 고령인 점을 고려해서 검찰이 상해치사 혐의로 구형한 징역 8년의 절반인 4년만 선고했습니다.
3. 노인보호기관에서의 폭행, 왜 반복되나?
이번 사건을 그냥 성격이 안 좋은 한 요양보호사가 운 없는 어르신을 폭행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해마다 요양원 같은 노인보호기관에서 노인을 상대로 한 폭행은 매년 꾸준히 5, 600건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았을 폭행까지 고려하면 실제 숫자는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왜 이런 폭행이 계속 반복되고 있을까요? 우선 요양보호사의 수가 적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행법상 입소자 2명당 보호사 1명을 두게끔 하고 있는데, 가령 입소 노인이 10명이라면 보호사가 5명 있어야 됩니다. 5명이서 10명을 돌보는 건 괜찮은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이 5명이서 보통 주간, 야간, 밤 이렇게 3교대를 짭니다. 결국 한 교대당 한두 명이 나머지 10명을 돌봐야 되는 상황인 건데 폭행이 발생하더라도 외부로 쉽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구조가 있습니다. 또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일부 폭행 성향이 강한 주로 남성 어르신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요양원은 왕왕 남성 요양보호사를 배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CCTV가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데려가서 폭행을 하는 경우도 현장에선 발생하고 있다고 일부 요양보호사들은 저희에게 전해왔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요양보호사 소수에게 일이 너무 과중되지 않게끔 그리고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옆에서 말려줄 동료 요양보호사가 있을 수 있도록 노인 한 명당 보호사의 비율을 늘려가야 하는 것이 본질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지금은 치매에 걸렸지만 한때는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또 자식들을 키워냈을 어르신 입장에선 자신이 요양원에서 저렇게 허무하게 폭행을 당해서 말년에 세상을 저런 식으로 떠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더욱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무리 건강하고 돈이 많더라도 우리는 언제 어떻게 늙고 어떻게 요양원에 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한 지금 시대를 우리는 과연 잘 준비하고 있는지 돌이켜 봐야 합니다.
(취재 : 김민준,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신진수, 영상편집 : 장유진,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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