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충남 천안 대한축구협회가 있는 코리아풋볼파크 내 축구협회 로고 모습.
홍명보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처참한 실패를 맛보고 다시 추락했습니다.
이번엔 손흥민(LA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등 특급 선수들이 전열 곳곳에 포진한 데다 이동 거리, 상대 전력 등에서 '천운'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유리해 보였기에 그의 첫 월드컵 도전 무대였던 2014년 브라질 대회 때보다 팬들이 느끼는 충격의 강도는 더 큽니다.
홍 감독이 2년 전 대표팀 감독으로 낙점받을 때 선임 과정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더 큰 무대에서 검증된 외국인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축구협회 측 인사들은 해명할 때면 연봉 등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외국인 감독 선택은 어렵다는 점, 그리고 국내 지도자 가운데서는 경험과 성과 등에서 홍 감독이 가장 낫다는 점 등을 주요 근거로 들었습니다.
적어도, 국내 지도자만 놓고 봤을 때 프로축구 울산 HD를 17년 만의 K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2연패까지 지휘해낸 홍 감독이 '좋은 선택지'였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처참하게 실패한 마당에 다음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맡길만한 국내 지도자 후보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 이정효 수원 삼성 감독 등이 거론되지만, 성적, 스타 선수 장악 능력 등에서 더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문제는 그다음 세대입니다.
1970년대 후반생 이후 세대 스타 축구인 중에서 꾸준히 현장을 지키며 지도자로 착실하게 경력을 쌓은 인물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스타 선수가 은퇴 후 지도자 경력을 착실히 밟아나가는 것은 보편적인 흐름입니다.
그러나 한국 축구계에서는 이 공식이 깨진 지 오래입니다.
스트레스와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현장 지도자 대신, 리스크가 적고 대중적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대다수입니다.
훈련장에서 축구를 위해 헌신하기를 그만둔 이들은 이번처럼 한국 축구의 민낯이 드러날 때면 쓴소리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으려 합니다.
'라이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과 경기력에서 큰 격차를 보이는 일본 축구는 정반대입니다.
나이 든 스타들이 축구를 위해 헌신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주장 완장을 찼던 하세베 마코토는 2024년 5월 현역 은퇴를 선언한 뒤 프랑크푸르트 U-21팀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매치 기간에만 대표팀에서 활동하는 비상근 형태로 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유럽 진출 1세대 '선구자'인 나카무라 순스케도 코치로 모리야스 감독을 보좌하고 있습니다.
레지나(이탈리아), 셀틱(스코틀랜드), 에스파뇰(스페인)에서 뛰며 환상적인 프리킥 능력을 뽐내 국내 팬에게도 잘 알려진 그는 올해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박지성과 이영표가 함께 코치로 대표팀에 들어와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코치보다도 낮은 위치에서 후배들을 돕는 스타들도 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우샘프턴 출신으로 지난달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요시다 마야는 '훈련 파트너'로 대표팀에 합류해 후배들을 지원했습니다.
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낙마한 공격형 미드필더 미나미노 다쿠미(모나코) 역시 '멘토'로 동료들을 도왔습니다.
현장에서 현실과 부딪치며 대안을 제시하고 책임을 나누는 축구인보다 철저히 '제삼자'의 시선으로 대중의 공분에 편승하는 목소리를 내는 축구인이 많아진다면 한국 축구의 발전은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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