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관리형 독서실 관리자가 모니터로 학생들을 확인하는 모습
"졸려서 고개만 숙여도 직원들이 바로 들어와서 깨워줘요."
서울 중대부고 3학년 김 모(18) 양이 최근 강남구 대치동의 '관리형 독서실'을 자주 찾는 이유입니다.
지난 24일 저녁, 중·고등학생들의 하교와 학원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선 학생들은 익숙한 듯 휴대전화를 보관함에 반납한 뒤 신속하게 지정석에 착석했습니다.
각 좌석에는 카메라와 타이머가 달린 태블릿PC가 놓여 있었습니다.
현재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관리형 독서실'이라는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공부할 공간만 제공하던 과거의 독서실과 달리, 이제는 스마트폰 통제와 출결 점검을 넘어 학습 습관과 생활 전반을 관리해 주는 형태로 진화한 것입니다.
관리형 독서실은 학생 출결을 체크하고 휴대전화를 걷을 뿐 아니라 학습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한 '교시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른바 '스파르타식 학습 관리'로 화제가 된 일부 관리형 독서실은 인공지능(AI)과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학습 계획부터 졸음, 외출, 수면 시간까지 시스템으로 관리합니다.
상주하는 관리 직원은 태블릿PC에서 송출한 화면을 통해 학생들의 실시간 학습 상태를 한눈에 파악합니다.
학생이 자리를 비우려면 사유를 앱에 반드시 입력해야 하며 복귀 시간이 늦어지면 학부모 휴대전화 앱으로 알림이 전송됩니다.
자리에 앉아있어도 오랫동안 움직임이 없으면 졸고 있는 것으로 센서에 인식돼 관리자가 학생을 깨우러 옵니다.
휴식이 필요한 경우 앱에서 수면 시간을 설정하면 직원이 정해진 기상 시각에 깨워줍니다.
학습량도 관리 대상입니다.
학생들이 좌석 태블릿에 하루 학습 계획을 입력하면 시스템이 이행 여부를 자동으로 집계합니다.
인터넷 강의 시청은 학습용 태블릿으로만 가능하며 유튜브와 게임, SNS 등은 방화벽을 통해 접속이 제한됩니다.
경고 시스템도 있습니다.
지각, 무단결석 및 무단 외출, 연락 두절 등 규칙 위반이 발생하면 '주의장'이 발부됩니다.
주의장은 학부모에게 앱을 통해 고지되며, 일정 횟수를 초과하면 퇴원 조처됩니다.
독서실 관계자는 "부모님들은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자녀의 공부 습관 잡히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이러한 체계적인 관리가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동덕여고 3학년 김 모(18) 양은 "2학년 때는 스터디카페에서 4시간 앉아 있어도 실제 공부한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며 "여기 온 뒤로는 하루 평균 6시간 정도 집중해서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중동고 3학년 이 모(18) 군은 "공부하기 위한 자세 자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등급도 3개 정도 올랐다"고 했습니다.
스파르타식 관리형 독서실을 찾아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전북, 충청, 강원 등지에서 온 학생들이 방학 동안 대치동 학원에서 특강을 들은 뒤 빈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는 식입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이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대부고 이 모 양은 "시스템이 너무 엄격해서 포기한 친구도 있다"며 "자의로 등록한 게 아니라서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관리형 독서실 같은 관리가 일시적인 학습 습관 형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주도성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타인의 관리에 의존해 기계적으로 공부하면 관리가 사라지는 순간 자율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자기 의지만으로 공부 습관을 유지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외부의 관리가 나태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혼자 목표를 세워 실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관리 시스템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곽 교수는 "처음부터 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일정한 학습 습관을 만드는 데 활용하되 궁극적으로는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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