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림반도의 한 주유소
우크라이나의 집중 타격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크림반도의 에너지난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습니다.
전기 공급이 끊기고 대중교통이 멈춰 선 것은 물론 휘발유 암시장까지 등장해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28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에서 크림반도로 향하는 물자 공급선이 끊기면서 크림반도가 사실상 고립된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해 실효 지배하고 있는 크림반도는 그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제국주의 야망을 선전하는 장소로 활용돼왔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시설을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의 강도 높은 공습에 러시아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쌓아 올린 이미지는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크림반도에서는 현재 공습경보와 정전이 일상이 됐습니다.
유치원과 쓰레기 수거, 현금인출기 등 기본적인 생활 서비스가 중단됐고 대중교통 운행도 제한됐습니다.
크림반도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 거주하는 막심 티호미로프는 WSJ에 며칠째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티호미로프는 "세바스토폴의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대부분의 상점이 아예 문을 닫았고 현금을 인출하는 것도 불가능해졌습니다. 대중교통 운행 횟수도 매우 제한적이다"고 말했습니다.
남동부 해안 도시 얄타에 거주하는 빅토리아 스피바코바는 자녀들이 다니던 유치원이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연료 부족 상황으로 긴급보육시설도 이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관광업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크림반도는 지난해 약 7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공식적으로만 6천만달러(약 924억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올여름 예약 건수는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차와 페리 운행이 중단되고 주유소도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크림반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온라인 채팅방 등을 통해 운영 중인 주유소나 휘발유 암시장 정보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크림반도를 찾은 관광객 안나 이바노바는 주유소가 문을 닫아 평소 가격의 6배에 달하는 리터당 500루블(갤런당 25달러)에 거래되는 휘발유 암시장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는 "공황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작년보다는 확실히 관광객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세바스토폴에서는 고위 관료들이 가족을 데리고 러시아 본토로 대피했다는 루머마저 돌고 있습니다.
올레크 크류치코프 크림반도 주지사 보좌관은 "인내심을 갖고 공식적인 정보만 신뢰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콘스탄틴 코사초프 러시아 연방의회 부의장은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삶은 계속된다"며 심리전에 굴복하지 말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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