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 강진 피해 수습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연쇄 강진이 발생한 지 나흘째로 접어들며 인명 구조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72시간 '골든타임'이 지나갔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극적인 생환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와 실종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현장의 슬픔과 절망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구조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각종 지원마저 턱없이 부족해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현지시간 27일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천43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날 920명에서 하루 만에 500명 넘게 급증한 수치입니다.
실종자 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기준 민간 웹사이트에 신고된 실종자 수는 최소 6만 8천900명에 달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사고 후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는 '골든타임'은 사고 발생 후 48시간에서 72시간입니다.
우리 시간 오늘 오전 8시를 기준으로 지진 발생 후 72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의 초조함은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적적인 생환 소식이 전해지며 주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습니다.
라과이라주에선 엘살바도르 구조대가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던 15세 소녀와 반려견이 무사히 구조했고, 스페인 구조대는 약 72시간 동안 건물 잔해 아래 깔려 있던 여성을 구조했습니다.
하지만 지진 피해 지역에 여진이 이어지며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심각한 교통 체증과 당국의 통제 역시 구조 현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식 허가증을 보유한 사람만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허가증 발급 절차가 지연되면서 오히려 작업에 차질을 주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주민들의 분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피해가 집중된 라과이라주에 군 병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정작 재난 지역 주민들은 "정부 관계자의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입니다.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 지역에서 구조를 돕던 주민 밀레이디 로메로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잔해 아래 살아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려 하지도 않았고, 우리가 여러 시신의 위치를 찾아냈는데도 수습조차 돕지 않았다"며 "그들은 대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냐"고 말했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딸과 사위를 한꺼번에 잃은 한 어머니는 "우리는 맨손으로 직접 아이들의 시신을 끌어내야 했고, 도움은 전혀 오지 않았다"고 AFP통신에 말했습니다.
일부 현장에서는 분노한 주민들과 정부 관계자 간에 충돌까지 벌어졌습니다.
AP통신은 굴착기를 몰고 온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셀카'만 찍은 뒤 철수하려 하자, 현지 주민들이 운전사를 끌어내리고 차량을 가로막았다고 전했습니다.
동시에 치안 시스템도 붕괴하며 일부 상점과 가옥에서는 약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멕시코 일간 라호르나다 등이 보도했습니다.
국제사회는 전방위적 구호 지원에 나섰습니다.
미국·멕시코·엘살바도르·스위스·콜롬비아·스페인·에콰도르·칠레·도미니카공화국·파나마 등 각국에서 모인 구조대원 1천600명은 이날 베네수엘라 현지에 도착해 수색 및 구조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최대 공항인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이 부분 운영을 재개하면서 본격적 구조 지원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당초 볼리바르 국제공항은 강진의 여파로 활주로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현재는 활주로 한 곳이 열린 상태라고 미 국무부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전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구조대원들이 항공편 17편으로 나뉘어 도착했으며, 향후 24시간 이내에 추가 항공편 25편이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1억 5천만 달러(약 2천317억 원) 규모 원조를 발표한 데 이어 추가 재정지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억 달러 규모 자금 지원 패키지가 곧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이동식 병원과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등 맞춤형 구호 장비도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지진 피해 지역 인프라도 일부 복구됐습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라과이라주 전력 공급 약 60%를 복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실종자 신고와 긴급 지원 요청을 일원화하는 지진 전용 신고 전화를 개설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전날 성명에서 이번 지진에 따른 물리적 손실 규모가 67억 달러(약 10조 3천억 원)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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