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행정법원
중요한 프레젠테이션(PT)을 수행한 뒤 숨진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 여부를 따지는 소송에서 객관적인 근무 시간 증가가 확인되지 않고 기저 질환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법원이 노동자 측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숨진 노동자 A 씨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엔지니어링 업체에서 건설업 용역·감리 업무를 수행한 A 씨는 2023년 11월 임원진 앞에서 용역 수주를 위한 PT를 시연한 뒤 이튿날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발표 도중 A 씨는 두통, 식은땀 등 증상을 보였고, 같은 날 오후 3시 30분쯤 힘들어하며 숙소로 돌아간 뒤 숨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의 배우자는 사망 전 감리 용역 유찰, 대기 근무, 임금 삭감으로 심리적 압박이 컸고 PT 시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로한 것이 A 씨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A 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야 한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공단은 이듬해 3월 A 씨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 씨는 이러한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사망이 개인적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 씨 측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객관적인 업무 시간 증가가 확인되지 않는 점을 우선 짚었습니다.
A 씨 사망 전 일주일 업무 시간은 40시간 3분으로, 사망 전 2∼12주까지의 일주일 평균 업무시간(39시간 37분)에 비해 많이 늘지 않은 만큼 업무 부담이 급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또, A 씨의 주된 업무 가운데 하나가 입찰 준비와 PT 발표였다며, 업무와 관련돼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생기거나 급격한 업무 환경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10년 넘게 당뇨병을 앓은 점, 3년간 경동맥 폐쇄·협착으로 진료를 받은 점, 30년간 하루 한 갑의 흡연을 해온 점, A 씨의 사인이 비외상성 뇌실질내출혈인 점 등도 판단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스트레스 부담보다는 장기간의 당뇨, 고혈압, 흡연 등 망인의 개인적 소인으로 인해 약화된 혈관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발병한 것이라고 평가함이 상당(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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