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직장 내 성희롱으로 대기발령 상태였던 가해자가 갑자기 업무에 복귀한다면 신고했던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내 유명 배터리 제조사들이 회원인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협회가 밝힌 업무 복귀의 명분은 '경영 정상화', 그리고 "협회장 지시"였습니다.
배성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룸살롱에 가거나, 성매매하는 직원들이 많다. 미혼이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6월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직원 A 씨가 회식 자리에서 남성 직원 B 씨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그 자리에는 여자 고등학생 계약직 사원도 있었습니다.
B 씨는 고등학생 사원에게 술까지 권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A 씨 : 협회 남자 직원들에 대해서 '성매매나 룸살롱에 대해서 호의적'이라는 식으로 계속 말을 했었고요. 갑자기 노래방을 가자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수치심을 느낀 A 씨는 회사에 신고했고, 지난해 12월 외부 법무법인 조사 결과에 이어 지난 1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판단까지, 성비위가 맞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협회는 B 씨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기발령 조치했는데, A 씨는 지난주 B 씨가 업무에 복귀할 거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지난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협회의 징계위원회 개최가 늦어지는 게 문제라며 B 씨의 구제 신청을 일부 받아들인 점 등을 근거로 협회 측이 B 씨가 업무 복귀할 것이라고 A 씨에게 전달한 겁니다.
협회 신임 지도부가 최근 확정한 '종합 경영진단 및 정상화 추진안'에 "성비위에 대한 재심의를 모두 취하하고, 내부 조사로 사실 관계를 확인한다"고 적혀 있는데, 이에 따른 조치라는 게 협회 측 설명입니다.
[협회 임원 : 내가 한 게 아니라 사장님(회장님)이 결정하신 거야. (성비위 사건) 전체를 다시 한번 다 보겠다는 얘기인 거지.]
[A 씨 : 이미 종결된 건에 대해서 재조사한다고 들었을 때 그냥 눈물부터 나더라고요. 결국 그냥 내가 이 회사를 나가야지만 끝나는 건가 라는 생각이.]
[윤지영/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 : 지금 중노위 판정은 성비위 사실 자체는 인정했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징계를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야 하는 거죠.]
B 씨는 SBS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과 그에 따른 조치가 억울하다고 밝혔고, SBS 취재가 시작되자 협회 측은 "대기발령을 유지한 채 가해자에 대한 징계위원회도 개최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김한결,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제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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