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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러브버그, 방제가 이겼나…답은 7월 말에 [취재파일]

6월 23일, 서울 은평구 백련산 등산로.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나무에 매단 포집망을 들여다본다. 지난해 이맘때 이 산은 러브버그로 뒤덮였다. 올해는 다르다. 망에 걸린 수가 일주일 전보다 줄었다.

러브버그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이 같은 나무를 지난주 기록과 비교해 본다.

"지난주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줄어든 것이거든요."

산을 오가는 주민들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찾는 이건식 씨는 고개를 저었다.

"엄청 많이 줄었어요. 없어요. 다녀보면 한두 마리 보일까? 안 보여요. 방제를 해서 그런가 봐요."

지난해를 기억하는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지난해에 비하면 엄청 많이 줄었어요. 어쨌든 없어요. 한 마리도 없었어요, 며칠 전만 해도." 등산로를 새까맣게 덮던 러브버그 떼는, 올해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백련산만이 아니었다. 올해 민원이 집중됐던 용왕산과 수락산도 차례로 돌았다. 둘 다 도심 근린공원이지만, 결과는 같았다. 세 곳 모두 지난주보다 러브버그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시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출몰 지점을 직접 올리는 '러브버그 지도'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수천 건씩 제보가 쌓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산속 풍경은 그런 제보 상황과 달랐다.

올해 러브버그는 이번 주 대발생이 예고됐다. 산림과학원은 활동 최성기를 6월 24일로 봤다. 그런데 도심에 가까운 산은 잠잠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도심은 끝, 산은 지금부터

답의 절반은 '시차'에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주요 발생지 산속 180곳에 러브버그 포집기를 설치해두고, 흙 속 유충이 성충으로 깨어나는 우화 정도를 날마다 관찰한다. "인천 계양산을 포함해 서울 일대에서 하루에 다섯 군데씩 성충 발생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거든요."

매일의 기록이 도심과 산림의 엇갈린 시간표를 보여준다. "6월 초에 발생이 시작된 지역은 지난주엔 많이 늘었다가, 이번 주에는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산림 지역은 이번 주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개체 수가 늘고 있다.

"도심이 산림 지역보다 한 일주일 정도 더 빨리 개체들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박 연구관의 설명이다. "도심 지역은 절정기가 지나서 지금 안정화 단계가 되고 있는 지역도 보이고요. 산림 지역에서는 6월 중하순부터 후반기까지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경향입니다."

도심이 먼저, 산이 나중. 도심은 산림보다 기온이 높아 우화가 빠르고, 상대적으로 서늘한 산림은 그만큼 늦다. 그래서 백련산·용왕산·수락산처럼 도심에 가까운 곳은 절정을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더 깊은 산림의 절정은 다음 주로 미뤄져 있다.

도심권의 '소강' 상태를 대발생의 끝으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다. 여기에 올해는 더위까지 겹쳤다. 기온이 오르면 러브버그는 더 일찍 성충이 된다. 때 이른 무더위가 발생 시점을 예년보다 앞당겼다.

러브버그
 

법전에 오른 이름

줄어든 데는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방제 활동'이다.

지난해까지 러브버그는 애매한 곤충이었다. 사람을 물지도, 병을 옮기지도 않는 익충. 살충제를 함부로 뿌릴 수도, 손 놓을 수도 없었다. 국가 차원의 방제 근거가 마땅치 않아, 지자체마다 대응이 제각각이었다.

올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기후변화로 출현이 잦아진 러브버그와 대벌레 같은 곤충을 '대발생 곤충'으로 새로 규정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지자체가 발생 현황을 조사해 방제·관리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불쾌한 곤충이 처음으로 국가의 공식 관리 대상으로 법전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이 근거 위에서 올해 봄, 유충 단계 방제가 본격화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4월과 5월, 인천 계양산 정상 일대를 900㎡씩 아홉 구역으로 나눠 BTI를 차례로 뿌렸다. 러브버그 유충을 야외에서 직접 잡기 위한 첫 실증 실험이다. BTI는 모기 유충 방제에 50년 가까이 쓰인 미생물 살충 성분으로, 파리목 유충의 소화기관을 망가뜨리지만 다른 생물에는 영향이 거의 없다.

"실내에서는 3주 뒤 90%대 살충력을 보였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차원입니다."

검증은 약을 뿌린 곳과 뿌리지 않은 곳을 나눠 진행한다. "약을 친 지역에는 유충이 몇 마리 나오고, 안 친 지역에는 몇 마리 나오고. 유충하고 성충을 같이 본다는 게 그런 의미예요."

흙 속 유충 수와, 그 유충이 성충으로 우화하는 비율을 나란히 비교하는 것이다. 우화 트랩을 설치한 것도 그래서다. 다만 박 연구관은 결과를 서두르지 않았다. "7월 말쯤에 두 개를 종합적으로 비교해서 결과가 나올 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충이 나온 뒤에는 광원 포집기와 살수 드론 같은 물리적 방제가 더해진다. 유충은 BTI로, 성충은 포집으로. 단계를 나눈 셈이다.

수도권 러브버그 민원은 기후부 집계로 2022년 4,448건에서 2024년 1만3,127건까지 늘었다. 지난해는 1만1,429건으로, 전년보다는 다소 줄었다. 올해 방제가 이 흐름을 바꿨는지는, 아직 숫자로 증명되지 않았다.

개체 수 줄어든 러브버그
 

먼저 겪은 플로리다는?

비슷한 일은 반세기 전 미국에서 벌어졌다.

미국의 러브버그, 플레시아 니어크티카는 1960~70년대 멕시코만 일대에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으깨진 체액은 하루 만에 강산성으로 변해 차량 도장면을 손상시켰지만, 익충이라 박멸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이 곤충을 '불쾌 해충'으로 분류한 채 수십 년을 함께 살아왔다.

그런데 정작 플로리다에서는 최근 몇 년 새 러브버그가 줄고 있다. 학계는 곤충 개체 수의 전반적인 감소와 맞물린 현상으로 보지만, 명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한국의 러브버그는 종이 다르다. 플레시아 롱기포셉스. 중국 남부와 타이완, 오키나와에 살던 외래종이 2015년 인천 부평구에서 처음 발견됐고, 2022년 서울에서 대발생했다. 학계에 알려진 이 종의 가장 북쪽 발생 기록이다. 유전자 분석은 이 곤충이 중국에서 서해를 건너 북상한 경로를 보여준다. 동력은 따뜻해진 기후로 지목된다.

전망은 어둡다. 2022년 발표된 한 연구는 여섯 개 기후변화 시나리오 모두에서, 2070년까지 한국과 동중국 전역이 러브버그 서식 적합지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차이는 대응에 있다. 미국이 토착화 뒤 자연 감소를 지켜보는 쪽이라면, 한국은 정착 초기에 유충 방제와 법제화로 '관리'를 택했다. 같은 곤충, 다른 선택이다.
 

박멸이 아니라?

그렇다면 올해 러브버그는 방제에 밀려 줄어든 것일까, 아니면 이른 더위에 정점을 일찍 넘긴 것일까.

답은 7월 말, 약을 뿌린 구역과 뿌리지 않은 구역의 숫자가 나와야 가려진다. 그때까지 도심에서 잦아든 떼는 산을 오를 것이고, 산림의 절정은 아직 오지 않았다. 줄었다는 안도는, 그래서 이르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이 곤충을 한반도로 밀어 올린 힘은 한 해의 방제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기후변화라는 사실이다. 미국이 60년 만에 자연 감소를 지켜보는 사이, 한국은 이제 막 첫 방제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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