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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어담는다…'노란 항아리' 열풍

쓸어담는다…'노란 항아리' 열풍
▲ 한국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 쓸어담는 외국인 관광객들

"SNS에서 진짜 많이 봤는데 여기서 파니 짱이다!(It's so cool)"

지난 24일 오후 2시쯤 서울 명동의 대형 의류 매장에서 한 외국인이 이렇게 말하며 반색했습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난 듯 '그것'을 들고 친구들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것'은 바로 바나나우유.

매장 직원은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바나나우유가 인기라 냉장고를 들여놓고 팔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많이 판매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매장 안 손님의 90%는 외국인이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K-바나나우유' 사랑이 갈수록 뜨겁습니다.

한때 전국을 뒤흔든 '두쫀쿠 광풍' 속 곱창집에서도 두쫀쿠를 팔았듯, 바나나우유가 외국인 관광객을 사로잡자 업종 불문 바나나우유 판매에 뛰어들며 '수요'에 부응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17일 스레드에는 "뚱뚱보 바나나우유가 관광객들에게 엄청 인기 있는 건 알겠는데 명동 00 매장(의류 매장)에 이렇게 진열돼 있다니"(hi***)라는 글이 올라와 조회수 56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는 "최근 편의점 갔는데 외국인들이 뚱바(바나나우유)랑 커피를 사서 많이들 섞어 마시더라"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지난달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편의점 매대와 재고 상자에 쌓인 바나나우유를 쓸어 담는 스레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바나나우유는 '웰컴 드링크'로도 인기입니다.

명동에서 외국인 대상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A 씨는 "올초부터 외국인 게스트를 위한 웰컴 드링크로 바나나우유를 제공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엔 생수나 주스를 준비했는데 SNS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편의점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영상이 크게 유행하는 것을 보고 한국만의 아기자기한 문화를 선물하고 싶어 바꿨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외국인들이 주로 찾은 홍대와 광화문 일대 숙소 이용 후기에도 "객실 냉장고에 작고 귀여운 바나나우유도 채워져 있었다"(There also a cute little banana milk prepare in the fridge), "항상 바나나 우유가 구비되어 있는 공용 주방이 있다"(There's a communal kitchen with banana milk available at all times) 등 바나나우유가 중요(?)하게 언급됐습니다.

명동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K드라마를 통해 바나나우유를 접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2023년 12월 유튜브 이용자 'biteswithlily'가 올린 '헤이즐넛 커피와 바나나 우유'(Hazelnut coffee & banana milk)는 누적 조회수 950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편의점을 배경으로 바나나우유에 파우치형 헤이즐넛 아메리카노 커피를 섞어 마시는 '바나나우유 라떼' 제조 영상입니다.

지난달에는 미국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부인 헤일리 비버가 한국을 찾아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 라떼를 먹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여기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달 방한 당시 자신을 보러 몰려든 시민과 학생들에게 바나나우유를 나눠준 것도 바나나우유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습니다.

명동 의류 매장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B(24) 씨는 "액세서리를 사러 왔다가 매장에 마침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던 이 노란 항아리 우유가 있어 바로 집었다. 먹어보니 정말 맛있다"며 웃었습니다.

또 루마니아에서 온 이리나 다모브(32) 씨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바나나우유를 섞어 마시는 유명한 조합을 많은 여행객이 추천하는 것을 보고 한국에 있는 동안 마셔보기로 했다"며 "바나나우유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데다 온라인 여행 콘텐츠에 계속 등장해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명동의 대형 뷰티 잡화점에서도 바나나우유는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발 디딜 틈 없는 매장 안에서 화장품을 고르던 외국인들은 자연스러운 수순인 양 잇달아 냉장 매대에 진열돼 있는 바나나우유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호주인 프라탐 씨는 "바나나우유는 평소 즐겨보던 한국 드라마를 통해 진작 알고 있었고, 오래전부터 한국에 오면 꼭 한번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웃었습니다.

이런 인기에 명동의 대형 K-푸드 마트와 편의점 정중앙 목 좋은 곳을 수십~수백 개의 바나나우유가 차지하고 있는 모습, 그런 바나나우유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자 직원들이 쉴 새 없이 빈 매대를 채우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한 편의점 직원 최 모 씨는 "바나나우유는 삼각김밥, 샌드위치와 함께 들여놓기 무섭게 순식간에 빠져나간다"며 "손님의 80~90%가 외국인 관광객인데 계산하자마자 인증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홍콩에서 온 허비(27) 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 바나나우유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양이 매우 귀엽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홍콩에서도 바나나우유를 팔기는 하지만 그런 모양은 드물고 대부분 종이 팩에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호주인 그레이스(34) 씨도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를 비롯한 재료를 하나씩 사 직접 섞어 마시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고, 귀여운 병 모양도 그 경험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줬다"며 웃었습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25일 "바나나는 외국인에게도 익숙한 소재라 맛에 대한 이질감이 적고, 바나나우유는 한국인이 오랜 기간 즐겨온 대표 음료라는 상징성이 있다"며 "이러한 점이 한국인의 진짜 라이프스타일을 현지인처럼 체험하려는 외국인들의 관광 수요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과거 K-푸드가 김치나 불고기 같은 정식 식사류 중심이었다면, 요즘 젊은 외국인 관광객은 스낵, 디저트, 길거리 음식처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가벼운 음식에 더 많이 반응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스레드 이용자 'zero_view0630' 게시물 영상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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