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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부 여성소방관 죽음 내몬 상사들의 갑질 "모두 사실"

예비신부 여성소방관 죽음 내몬 상사들의 갑질 "모두 사실"
▲ 광주 광산소방서

예비 신부였던 소방관을 죽음으로 내몬 직장 내 괴롭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표현 그대로 '최악'이었습니다.

책임 규명은 고사하고 유가족 진상규명 요구를 묵살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까지 저지른 '갑'들의 횡포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 조사를 통해 그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24일 발표된 정부 합동 점검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스로 생을 마친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A 소방교(당시 28·여)는 사망 직전 15개월간 총 24회 음주 회식을 강요받았습니다.

일부 회식은 노래방,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술자리에서는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아라', '서장에게 인사드리고 술을 받아라',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라' 등 상식을 벗어난 요구도 빈번했습니다.

전임 서장의 부친상과 장인상에서의 상차림 등 심부름, 주말까지 이어진 서장의 퇴임식 행사 준비, 상사의 차량 운전 등 사적인 노역에도 수시로 동원됐습니다.

휴가로 해외여행을 갈 때는 술·커피 등을 사 오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상사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갑질은 A 소방교의 죽음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광주소방본부는 A 소방교 사망 후 작성한 면직 인사 관련 공문서에 죽음의 배경에 마치 '남자친구(약혼자)와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내용을 왜곡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권한 없이 A 소방교의 생전 심리상담 자료를 취득했고, 일부 필요한 대목만 골라서 사용했습니다.

'편집'된 심리상담 결과가 첨부된 공문서는 대국민 공개 상태로 15개 유관부서에 발송돼 대내외에 노출돼 공분을 샀습니다.

심지어 고인의 소속 광산소방서는 유가족의 요청에도 어떤 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A 소방교의 죽음에 '특이사항 없음'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특히 광산소방서 자체 조사의 경우 갑질 행위자로 지목된 부서장에게 실무조사를 맡기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상급 관서인 시소방본부도 A 소방교가 사망한 다음 달 '레드휘슬(익명제보)'을 통해 접수한 조사 요청을 광산소방서 자체 조사 결과를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로부터 1개월 뒤 A 소방교 약혼자의 문제 제기에도 '객관적 증빙자료가 제출되면 향후 조사하겠다'라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후 시소방본부는 유가족이 상급 기관인 소방청을 방문한 지난달까지 5개월간 감찰 착수 여부도 검토하지 않고 방치했습니다.

유가족에게는 최후의 보루였던 소방청은 사건 공론화 후 국무조정실 점검이 이뤄진 이달 11일까지 약 한 달간 관련자 대면조사조차 실시하지 않는 등 사실상 손을 놨습니다.

이창석 소방노조 전국위원장은 "소방 조직에 깊이 뿌리내린 '상후하박(상급자에게는 후하고 하급자에게는 박한)' 문화가 빚어낸 사건"이라며 "상급자 중심의 권위적 문화와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가 직장 내 갑질을 방치하고 문제 제기조차 어렵게 만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 조직이 정작 내부 구성원의 인권이나 존엄은 지키지 못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낱낱이 밝혀진 진상을 토대로 책임자·가담자 모두 엄중하게 처벌받아 이러한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A 소방교 죽음과 관련해 광산소방서 9명, 시소방본부 6명, 소방청 본청 2명 등 총 17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소방청에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퇴직자 2명은 수사를 의뢰합니다.

점검 과정에서 광산소방서의 사행 행위 등 위법 사실을 추가로 발견한 국무조정실은 이 역시 수사의뢰하기로 했습니다.

(사진=광주 광산소방서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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