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덮친 폭염
프랑스에서 한여름도 아닌 6월부터 40도를 웃도는 '살인 더위'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 에어컨 가동을 놓고 찬반 논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극우 진영 대권 주자인 마리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이 에어컨 논쟁의 전면에 섰습니다.
그는 최근 의회 연설에서 "사람들이 폭염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며 "만약 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가장 취약한 계층이 있는 병원, 요양원, 학교부터 시작해 대규모 냉방 시설을 설치하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에어컨 가동을 대선 공약으로까지 내세우는 것은 올해 초여름부터 서유럽을 덮친 폭염으로 프랑스에서도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을 도마 위에 올리며 여당을 공격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특히 좌파 정당과 환경 운동가들이 공공 보건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에어컨 사용을 이념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폭염이 덮친 지난 18일부터 현재까지 약 40명이 익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3일에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을 기록한 가운데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등 파리의 주요 관광 명소도 운영 시간을 단축하며 비상 대응에 돌입했습니다.
반면 좌파 진영에서는 에어컨 가동을 최소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르펜의 대선 맞수이자 극좌 간판인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절대 안 되는 일"이라며 "모든 곳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은 (탄소 배출에 따른) 피해를 가중시킬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전력의 70%가 저탄소 원자력 발전에서 나오는 상황이긴 하지만 에어컨 가동을 둘러싼 경계심은 여전하다고 FT는 전했습니다.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여름철 폭염의 강도와 기간이 그리 심하지 않아 가정과 공공시설의 에어컨 설치율이 낮은 편이었지만, 최근 10여 년 사이 기후변화로 이상고온 현상이 크게 늘면서 에어컨에 대한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아울러 건강상 이유로 지나친 에어컨 사용이 감기를 부른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만, 프랑스에서 정계로까지 에어컨 찬반 논쟁이 번진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 진영의 고전 속에 극우와 극좌 진영이 맞붙는 양강 구도가 점쳐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서는 모든 정당의 후보가 경쟁하는 1차 투표에서 극우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32%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의 초대 총리를 지낸 범여권의 에두아르 필리프 르아브르 시장이 17%로 결선 진출권을 얻는 2위에 올랐으나, 그 뒤를 극좌성향 정당 LFI의 멜랑숑 대표가 16%로 바짝 추격 중입니다.
환경보호 의제를 전면에 내세워온 녹색당 또한 에어컨 논쟁에 가세했습니다.
녹색당 대표이자 대선 주자인 마린 통들리에는 수년간 기후 위기를 경고해온 과학자들의 목소리에 RN이 난데없이 이제야 주목한다고 비꼬았다고 FT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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