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구리를 둘러싼 공급망 지배 경쟁이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의 새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현지시간 24일 인공지능(AI) 붐과 배터리 수요 증가로 구리가 21세기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로 부상하면서 구리 산업 재건 노력에 나선 미국과 일찌감치 세계 구리 시장을 장악해온 중국이 충돌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구리 수입을 국가안보 사안으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구리를 가공해 만든 산업용 중간재인 반제품 등에 50%의 관세율을 부과했습니다.
정제 구리(정련동)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관련 보고서에서 2027년 15%, 2028년 30%의 관세율 적용 방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는 구리 공급망, 특히 제련·정련 부문에서 지배력을 확대해온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러트닉 장관은 오는 30일까지 구리 시장에 대한 최신 평가를 백악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리는 AI 서버와 시스템, 냉각 인프라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 현대식 무기를 움직이게 하는 전자 장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핵심 금속입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과 에너지 전환이 맞물리면서 구리 수요는 앞으로도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량 옌 미국 윌라멧대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지배력을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는 정련 구리와 구리 집약 제품의 수입을 줄임으로써 미국 내 생산능력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내 구리 제련소는 과거 16곳이었지만 해외 이전 등으로 인해 현재는 2곳으로 급감했습니다.
이와 달리 중국은 최근 20년 동안 관련 시장을 선점하는 데 힘써왔습니다.
중국은 2016년 국가 광물자원 계획에서 구리를 전략 상품으로 지정하는 등 일찌감치 국가 차원에서 구리 공급망을 관리해왔습니다.
구리 자원이 많은 나라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자국 내 제련·정련 능력을 꾸준히 키워 이제는 세계 최대의 정련 구리 생산국이 됐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페루의 대형 구리 광산 라스 밤바스의 지분을 확보했고,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카모아-카쿨라 같은 핵심 구리 프로젝트에도 주요 참여자가 됐습니다.
중국 국영 광산 업체인 쯔진광업은 페루에서 라 아레나 구리·금광을 인수한 뒤 생산 확대를 위해 약 15억 달러(약 2조 3천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지난 4월 발표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단기간에 공급망을 재편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미국 내 광산 · 제련 프로젝트가 생산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평균 약 19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공급 차질도 변수입니다.
세계 2위 구리 광산인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의 생산 차질과 카모아-카쿨라 프로젝트 지연은 글로벌 공급 회복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의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렸던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구리에서도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리가 희토류처럼 중국의 전략적 지렛대로 곧바로 활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불확실한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컨설팅업체 로디엄 그룹의 로건 퀸 선임연구원은 "구리 공급망은 희토류와 달리 여러 지역과 국가에 분산돼 있다"며 "글로벌 거래 상품인 구리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미국이 적극적인 정책을 취할수록 구리의 가격 상승을 초래해 구리 집약 산업 업계에 비용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추가 관세가 시행될 경우 미국 구매자들의 조기 비축을 촉발해 올해 하반기 구리 가격이 t당 1만 4천 달러(약 2천158만 원)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예측했습니다.
현재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현물 구리는 t당 1만 3천650달러(약 2천104만 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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