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울성파도
너울은 몸을 낮게 숙이고 다가가 재빨리 먹잇감을 낚아채는 초원의 육식동물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다가 해안에 이르러 갑작스럽게 큰 파도가 되어 덮치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주요 해수욕장이 순차적으로 문을 열며 피서객들을 맞이하는 가운데, 올 여름에도 너울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24일)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동해안에 너울성 파도가 지속해서 유입된 지난 6∼7일 강원과 경북 동해안에서만 연안 사고 18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해변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2명이 바다에 빠지고, 그중 1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너울은 '어떤 장소의 바람에 의해 직접 일어난 파도가 아닌 물결'을 말합니다.
'저기압이나 태풍권 내에서 일어난 풍랑이 다른 해역으로 전해진 경우', '바람이 잦아든 해면에 남은 물결' 등이 너울에 해당합니다.
기상청은 "먼바다에서 발생한 강한 풍파의 에너지가 해안까지 전달돼 바람이 불지 않아도 갑작스럽게 파도가 일어나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기상 현상"이라고 너울을 설명합니다.
너울은 파주기가 8초 이상으로 깁니다.
먼바다에서 해안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단주기 성분은 사라지고 장주기 성분만 남기 때문인데 이는 너울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주기가 긴 너울이 얕은 바다로 들어올 경우 바닥과 마찰하며 파속과 파장이 줄어듭니다.
파주기는 감소하지 않으므로 파장이 짧아지고 너울이 품은 에너지가 압축돼 파고가 높아집니다.
해저 지형과 충돌도 얕은 바다에서 파고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풍랑과 달리 마루가 둥그스름하고 파고가 완만해 잘 보이지 않던 너울이 얕은 바다에 이르러 파고가 높아지니 해안가 사람은 집채만 한 파도가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됩니다.
너울이 먼바다로 나간 저기압이나 태풍에 의해 발생하는 점도 위험을 가중하는 요인입니다.
저기압과 태풍에 바람과 풍랑이 거셌던 상황이 진정된 뒤 바다가 잔잔해지면서 경각심이 떨어졌을 때 너울이 들이닥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어느 바다에서나 너울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국내에선 주로 동해 쪽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2023년까지 11년간 동해안에서 너울성 파도가 관측된 날은 연평균 97.7일로 남해안(55.4일)과 서해안(31.4일)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동해 쪽은 섬이 없고 해안선이 단조롭기 때문입니다.
계절까지 고려하면 '가을부터 봄까지 동해안'에 너울이 밀려올 때가 많습니다.
겨울철 우리나라 주변엔 '서고동저' 기압계가 형성되고 이때 중국 내륙지역이나 우리나라 부근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나 동해 먼바다까지 진출한 뒤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 위에서 세력을 키우며 우리나라로 북동풍을 불어 넣어 너울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너울에 의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계절은 겨울이 아닙니다.
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때는 해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여름입니다.
2018년 한국한국해안·해양공학회 논문집에 실린 논문(동해안 너울 사고 특성 분석 및 대응방안 수립)에 따르면 2013∼2017년 동해안 너울 사고 사례를 분석한 결과 여름에 발생한 사고가 42%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가을(35%), 겨울(19%), 봄(4%) 순이었습니다.
너울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 해안에는 되도록 가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당장 높은 물결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안에서 나오라는 안내를 무시해선 안 됩니다.
갯바위나 방파제 등에서 낚시 등을 할 때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하며, 너울이 유입될 땐 높은 물결이 갯바위나 방파제를 넘어 들이칠 수 있으니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더 낫습니다.
기상청은 작년 10월부터 우리나라 주변 전 해역을 2천877개의 소해구로 나눠 너울 위험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너울 위험 예측 정보는 기상청 해양기상정보포털(https://marine.kma.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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