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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 요새가 역사 로망?"…울산왜성 관광하는 일본인들

일본 여행사가 공개한 울산 왜성 답사 상품 홍보물 (사진=비너스트래블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 일본 여행사가 공개한 울산 왜성 답사 상품 홍보물

'악귀(惡鬼) 기요마사.'

임진왜란 당시 조선 백성들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수탈한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에게 붙여진 별명입니다.

'귀요마사'로도 불린 왜군 선봉장 가토 기요마사가 축조한 울산왜성(倭城·일본식 성곽)을 둘러보는 관광상품이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왜성 답사 상품 소개문에 '역사 로망'(歷史ロマン), '전략적 거점'(戰略的 據点) 등 표현이 들어 있어 침략 역사를 미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역사 왜곡 가능성을 방지하고 조선 침략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포 왜성 (사진=국가유산포털 제공, 연합뉴스)

오늘(24일) 언론 취재에 따르면 일본 여행사 비너스트래블은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잇는 국제여객선 관부훼리를 이용해 울산 지역의 서생포왜성과 울산왜성 등을 답사하는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해당 상품은 '가토 기요마사 연고의 왜성 투어'라는 이름으로 오는 10월 23일 투어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여행 일정은 가토가 축조한 서생포왜성과 울산왜성 답사가 중심입니다.

참가자들은 서생포왜성 정상부까지 트래킹한 뒤 울산왜성과 충의사 등을 둘러보고 손 막걸리 양조장과 태화루를 방문하는 일정입니다.

주요 답사 장소인 울산왜성은 정유재란 시기인 1597년(선조30년) 가토가 이끄는 왜군이 남해 쪽으로 쫓겨와 축조한 뒤 조·명 연합군과 결전을 벌인 곳으로 유명합니다.

가토가 방위선을 구축하기 위해 축조한 서생포왜성은 국내에 남아 있는 왜성 가운데 보존 상태가 양호한 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본여행사가 성곽 홍보에만 치중하면서 일본의 침략 역사를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해당 여행사가 상품 소개문에서 '400년의 시간을 넘어선 역사 로망', '400년 전 무장들이 바라본 풍경' 등 임진왜란과 전장을 미화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여행사는 소개문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문록·경장의 역'(임진왜란·정유재란의 일본식 명칭) 당시 전국시대 무장들이 이국땅에 건설한 군사 거점인 왜성이 지금도 부산 인근에 그 위용을 간직하고(雄姿を留めて) 있다"고 예찬했습니다.

울산광역시 중구 울산왜성(학성) (사진=국가유산포털 제공, 연합뉴스)

직장인 오 모(36) 씨는 "일반적인 관광 상품과 달리 왜성 답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이 특이하게 느껴졌다"며 "상품 소개문에 '역사 로망' 등 표현이 사용된 것을 보고 침략 역사가 미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왜성을 찾는 일본인들에게 임진왜란 발발 경위와 왜군의 침략 행위, 가토의 행적 등을 정확히 설명하는 안내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호사카 유지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가토 기요마사는 한반도에서 가장 잔인한 짓을 한 무장"이라며 "당시 일본의 침략이었다는 점과 가토 기요마사의 잔인한 행적을 알릴 수 있는 안내와 설명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토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인의 귀와 코를 베어 전리품으로 일본에 보낸 만행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교토시 동부의 시치조(七條) 지역에 위치한 '귀무덤'(耳塚·이총·미미즈카) (사진=연합뉴스)

호사카 교수는 "가토 기요마사를 찬양하기 위한 투어를 수용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망각"이라며 "히틀러를 찬양하는 투어를 한다면 독일에서는 범죄"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는 "가토 기요마사가 조선에서 만행을 얼마나 많이 저질렀는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마치 침략자를 넘어서 영웅처럼 떠받드는 관광 상품이라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교수는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과 맥락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왜성 안내판과 해설을 정비해 임진왜란의 실상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생포왜성을 관리하는 울산 울주군 관계자는 "왜성의 역사적 배경은 현재도 안내하고 있다"며 "침략의 역사와 관련한 설명이 충분히 담겨 있는지 검토하고 보완 방안을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비너스트래블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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