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간 베일에 가려 있던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전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의해 17일(현지 시간) 공개됐지만, 몇몇 조항은 향후 거센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미 고위 당국자가 이날 전화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MOU는 총 14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중 통항 수수료 및 기뢰 제거, 향후 관리 체계 등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조처를 명시해 놓은 제5조는 논란의 중심에 놓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3개 문장으로 이뤄진 해당 조항은 "이 MOU 서명에 따라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오만해로, 또는 그 반대로 향하는 상선들이 60일 동안만 아무런 비용 없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 소지가 있는 문구는 '60일 동안만 아무런 비용 없이'(with no charge for 60 days only)입니다.
MOU 체결 후 미국과 이란이 종전 '최종 합의'를 위해 협상하는 60일이 끝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에 돈을 징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요금 징수 없는 해협 통항을 60일로 한정했다는 점에서 이란이 향후 어떤 명목으로든 통행료 성격의 요금을 부과할 여지를 남긴 것입니다.
아울러 제5조의 다른 문장에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 관리 및 해양 서비스를 규정하기 위해 오만과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돼 있습니다.
그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받지는 않겠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영해로 두고 있는 이란과 오만이 안전한 통항을 위한 '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징수할 것임을 밝혀왔습니다.
결국, 이런 내용은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자유롭게 개방되고 통행료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온 그간의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배치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급상승 등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치솟은 불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오히려 이란에 유리한 합의를 서둘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를 조달해 온 다른 국가들의 불만도 커질 전망입니다.
그동안 아예 없던 요금 부담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새로 생길 수 있고, 이 비용이 에너지 운송료에 포함되면서 유가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입니다.
MOU 서명 즉시 미국이 이란에 대한 각종 군사 및 경제 압박 조치를 해제하기 시작한다는 제4조와 10조, 11조 내용도 미국 내 대이란 강경파들의 불만을 살 수 있습니다.
4조는 지난 4월 13일부터 시행해 온 미군의 대이란 해협 봉쇄를 바로 해제하기 시작해 30일 이내에 완료한다는 내용인데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수출의 절대다수를 중국으로 보내는 이란의 핵심적이고 즉각적인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NYT는 또 "수익이 다시 유입되기 시작하면 이란의 당면한 경제 위기는 완화될 것이지만 미국은 핵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를 잃게 되며, 이는 이란이 버티면서 60일 협상을 수 개월 또는 수 년으로 늘릴 동기를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습니다.
또한 10조의 경우 미 재무부가 이란산 원유 및 석유·파생제품의 수출과 은행 거래, 보험, 운송 등 관련 서비스에 대한 제재 면제를 하기로 약속한 것이며, 11조는 이란의 동결 자산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이 모든 허가와 승인을 발급하기로 약속하는 내용입니다.
NYT는 이들 조항에 대해서도 대이란 강경파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핵 관련 협상이 진행되는 '최종 합의' 전에 테러리스트 또는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이란의 군 당국자나 기업체도 동결 자산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란의 재건 및 경제 발전을 위해 최소 3천억 달러(약 465조 3천억 원) 규모의 최종적이고 상호 합의된 계획을 미국이 다른 중동국들과 약속한다는 내용의 제6조 또한 논란의 대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JD 밴스 부통령은 이 3천억 달러에 미국은 한 푼도 보태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자금 지원인 데다 다른 나라에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고 이란이 줄곧 요구해 온 '전쟁 피해 배상금' 성격이 짙기 때문입니다.
이뿐 아니라 미국과 이란이 모든 전선에서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전쟁 종료를 선언한 제1조에는 전쟁이 종료되는 전선의 하나로 '레바논'을 포함하고 있어 미국과 함께 전쟁을 개시한 이스라엘의 불만을 살 수 있습니다.
NYT는 "레바논에 기반을 둔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위협에 대한 이스라엘의 우려를 미국이 현저히 일축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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